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논설위원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세바우(세상을 바꾸는 우리들)' 캠페인을 시작하자마자 서귀포시 생활환경과장이 제주올레 사무국을 찾아 왔다. '세바우' 캠페인은 제주도내 카페들과 함께 하는 일종의 자원순환캠페인이다. 카페에서 머그컵과 텀블러 사용을 권하지만, '테이크 아웃'용으로 일회용 컵을 사용해야 할 경우 친환경 종이컵을 사용하고 회수를 원활하게 하자는 취지로 지난 3월부터 시작했다. 기존의 종이컵은 PE 코팅 처리를 하기에 코팅 분리가 어려워 종이를 그대로 버리게 되고, 땅속에 묻어도 완전 분해되는데 30년 이상 소요된다. 태워도 유해가스가 배출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러나 세바우 캠페인용 친환경 종이컵은 원지를 100%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고, 생활폐기물로 버려져도 이르면 3개월 안에 분해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캠페인 참여 카페에는 수거함을 비치해 컵 반납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각 카페의 컵은 제주도내 재활용 도움센터에서 모은 후 제지 생산공장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컵은 별도 처리를 거쳐 재생 원지로 만들어져 고급 화장지나 복사지로 다시 태어난다. 서귀포시 생활환경과장은 "내 오지랖일수도 있겠지만, 이 좋은 캠페인이 그 취지대로 성공하려면 사용한 컵들이 제대로 수거되고, 수거된 뒤 재생까지 매끄럽게 연결돼야 한다. 이 컵의 수거 시스템과 도내 재생 방법을 알아보고, 행정에서 지원해야 할 일이 있는지 논의해보려고 왔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행정과 논의할 캠페인 이슈들이 있었는데 '오지랖 넓은' 생활환경과장이 먼저 찾아온 것이다.  

제주올레 길을 내고 운영 관리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 처지에서는 쓰레기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청정한 자연과 환경이야말로 올레꾼들이 제주올레 길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지난 12년 동안 제주올레는 이런저런 환경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제주도 IT 기업 네오플의 후원으로 올레꾼들이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클린올레 캠페인'처럼 10년 가까이 꾸준하게 진행하는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함께 재활용품 자동 수거 자판기를 주상절리·사려니숲길·외돌개 등에 설치·운영하고 있다. 자판기에 페트병이나 캔을 집어넣은 후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번호로 현금성 포인트가 적립되는 방식이다. 제주올레가 추진하는 환경 캠페인은 환경 의식이 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일상의 작은 실천을 통해 환경 보호에 동참하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한 번이라도 클린올레를 해 본 사람이라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듯, 페트병과 캔을 구분해 재활용 자판기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분리수거의 필요성을 느끼며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실천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캠페인을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늘 행정이었다. 오프라인에서 전개하는 환경 캠페인은 대부분 수거와 처리에서 행정과 연계돼야 완성되는데, 민간의 아이디어를 행정 사업으로 잇기 위해 공무원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전례가 없거나 확보된 인력과 예산이 없다는 답만 수없이 듣곤 했다. 클린올레나 재활용품 자동 수거 자판기 사업도 논의 초기에는 난항을 겪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담당 공무원이 '열린' 사람이어서 안착할 수 있었다. 제주올레에서 논의를 제안하기 전에 공무원이 먼저 찾아와 도울 것이 뭐냐고 묻는 '세바우' 캠페인은 출발이 좋다. 민간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행정 체계로 뒷받침해 줄 것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다가오는 오지랖 넓은 환경 공무원이 늘면, '제주도는 1인당 생활폐기물량 배출 1위'라는 오명도 더 빨리 떨쳐낼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환경 분야만큼은 특히 '오지랖 넓은' 공무원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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