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희경 한라도서관

'소년 앞에 한 그루 나무가 서 있다.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어린 소년이 더위를 피할 수 있게 하고 나뭇가지에 그네를 매달아 친구들과 놀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소년이 성장해 청년이 됐을 때는 나무에 열린 열매로 생계를 꾸릴 수 있게 도왔고 장년이 됐을 때는 나무기둥을 희생해 배를 만들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년이 노년을 맞았을 때 나무는 나이테가 드러난 그루터기로 쉬어갈 자리를 마련했다.'

미국의 아동문학가 셸 실버스타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1964년 출판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우리나라에서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에게 가장 감명 깊은 책으로 손꼽힌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리고  "아낌없이 주는 도서관"!

우리는 어려서부터 도서관을 이용한다. 그래서 도서관은 때론 책을 읽고 여유를 즐기는 공간으로, 유아기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는 놀이터로, 중고등학생에겐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하는 학습터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다가 바쁜 사회 활동에 쫓겨 도서관을 등졌다가 다시 엄마 아빠가 되면 자녀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찾는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나 은퇴를 하고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또다시 도서관을 찾는다.

많이 닮아 있다. 어쩌면 사과나무가 소년에게 그랬던 것처럼 도서관도 우리들에게 주는 사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 사랑은 좀 더 다양하고 품위 있게 우리 곁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도서관은 그저 조용히 공부만 하는 곳이었지만, 요즘의 도서관은 문화소통의 공간이다. 전시회, 영화감상, 작가와의 대화. 찾아가는 프로그램. 어린이 놀이 학습, 노후 설계까지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한다. 나무가 소년을 기다렸듯 도서관을 사랑하고 도서관을 애용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노인은 그루터기에 앉았다. 나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했다"
나무가 그랬던 것처럼 아낌없이 주는 도서관 역시 끝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함께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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