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구성할 장관 후보자 7명의 인사청문회가 끝이 났지만 신임 장관의 임명을 앞두고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청문 보고서 채택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했다.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격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논의 끝에 후보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인사 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며 인사 청문회와 언론의 취재가 검증의 완결로 볼 수 있다는 이해하기 힘든 브리핑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말부터 국회가 부적합 의견을 내도 지명을 철회하지 않았지만, 왜 역대 정부에서 청문회를 거친 공직 후보 중 가장 많은 낙마자를 배출했는가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법은 2000년에 도입됐다. 삼권분립이 엄격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업무 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그러나 20년째를 맞은 올해도 어김없이 야당은 의혹을 폭로하며 장관 후보자를 궁지로 몰았고, 여당은 '묻지 마'식(式) 엄호로 후보자들을 감싸 안았다.

후보자는 송구·반성·사과라는 청문회 3종 세트로 몸을 낮췄지만 공복(公僕)이 되겠다는 그들에게 국민의 감정이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반성 및 정부 정책은 주요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우리의 인사 청문제도는 아직도 미성숙할 뿐만 아니라 후보자 자신들의 자세도 별반 변화된 것이 없어 씁쓸함을 더할 뿐이다.

2017년 11월 청와대는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7대 원칙(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범죄 등)을 세웠다.

위장전입은 '청문회 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 학교 배정을 목적으로 2회 이상 한 경우'로 변경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기준을 낮춘 것이라 하지만 원칙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변칙' 혹은 '반칙'이란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직무와 연관된 부도덕과 자신의 신념을 굽혀 세상에 아첨해 출세하려는 태도와 행동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듯이 객관적으로 수긍이 가는 인사원칙이 적용돼 직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발탁되면 무슨 뒷말이 있겠는가.

그렇지 못한 인사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항상 인사 후 뒷말이 무성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했고,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가치로 내세울 만큼 공정과 정의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갈망하고 추구하는 공통의 가치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염원으로 출범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남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흔히 인사를 언급할 때마다 1500여 년전 당나라 시대의 인재 등용 원칙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자주 언급된다.

신은 사람의 용모와 풍채를 말한다. 흔히 '첫인상이 좋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인간관계를 보면 첫 만남의 호감도 여부가 외양적인 부분으로부터 시작되니 놀랄만한 말도 아니다.

언은 언변을 말하는데, 말에 조리가 없고 뜻이 분명하지 않으며 품위가 없다면 관료가 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서는 필적을 가리키는데, 글이 사람의 됨됨이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판은 사람의 문리(文理), 곧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판단력이다. 신체 건강하고 말과 글이 좋으며 세상의 이치를 판단하는 능력이 있어야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신언서판'의 인사원칙은 미래를 준비할 인재를 발굴하라는 코드가 내재돼 있다.

과거의 인연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미래의 전령 같은 인재를 찾는 게 최고의 인사원칙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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