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국장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은 국가재난사태로 이어졌다. 그러나 건조특보에 강풍특보까지 만난 불길이 삽시간에 속초까지 집어 삼켰으나 적절한 대응으로 피해를 줄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원도 고성 산불은 하룻밤 사이에 축구장(7140㎡) 742개에 달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4일 오후 7시15분께 시작된 고성 산불은 사람이 서 있기 힘들 정도인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처음 불이 난지 1시간 만에 5㎞까지 번지며 고성군과 속초시 주민들이 긴급 대피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위기 상황이었다.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가 그나마 줄어든 것은 신속하고 긴밀한데다 철저하게 작동한 재난대응체계가 한몫했다. 화재가 발생한 후 오후 7시28분 출동한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그러나 강한 바람으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자 오후 8시41분 서울과 경기, 인천, 충북 등 지역 소방차 40대 출동 지시를 내리고 오후 9시44분에는 최고수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소방차 872대와 소방공무원 3251명이 강원도로 몰려들었다.  군도 적극 협력해 군헬기 32대, 보유 소방차 26대와 장병 1만6500여명을 투입했다.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은 이임식도 치르지 않고 끝까지 현장을 지키다 6일 오전 0시 진영 장관에게 중앙재난대책본부장 역할을 인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0시25분 청와대에서 긴급회의를 열었으며 오후에는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6일 낮에는 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5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강원도 고성 산불도 대처를 잘했다고는 하나 피해는 막대하다. 530㏊에 달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주택 510채, 창고 196동, 비닐하우스와 농업시설 143동, 농림축산기계 697대, 학교부속시설 등 11곳, 기타 공공시설 137곳이 피해를 봤다. 이재민은 임시 주거시설에 머무르는 763명에 친인척 등의 집으로 대피한 250명을 합쳐 1013명에 달했다.

산불은 이번처럼 기상 상황이 나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산불은 4316건에 이른다. 피해면적은 6699㏊에 달한다. 피해금액도 2392억원에 이르렀다. 이같은 피해면적은 서울 넓이 6만525㏊의 9분의 1에 해당할 정도다.

제주지역에서는 임야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임야 화재는 2014년 83건, 2015년 48건, 2016년 28건, 2017년 86건, 2018년 43건 등 모두 288건이다. 특히 건조한 3~4월에 화재 발생이 잦은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임야 화재 중 3~4월 발생은 2014년 44건(53.0%), 2015년 18건(37.5%), 2016년 9건(32.1%), 2017년 32건(37.2%), 지난해 12건(27.9%)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 6일 현재 과수원 등 임야에서 35건의 화재가 발생해 3명이 다치고 16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다행히 제주지역에서 큰 피해는 없었으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섶섬, 2004년 산방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곳 모두 바위 절벽 등으로 소방인력의 현장진입이 어려웠다. 당시 제주에 배치된 헬기가 없어 다른 지역에서 헬기가 내려오면서 불은 하룻밤을 넘겨서야 진화됐다.

한라산국립공원도 화재에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울창한 산림이 있어 이번 강원 산불과 같이 건조한데다 강풍까지 불어 닥칠 때 산불이 나면 그 피해는 예상하기 어렵다. 다행히 오는 6월 다목적소방헬기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지만 소방헬기 외에 다양한 산불진압 방안을 마련해둬야 한다. 이번 강원도 사례를 본받아 한라산에 산불이 났을 때를 대비한 대응체계 마련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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