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제주관광대학교 기획부총장·논설위원

며칠 전 지인 가족과 동네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작년에 갔을때 자리가 없어 기다릴 정도로 붐비던 모습과는 달리 썰렁한 분위기에 종업원도 없이 주인 부부가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사연을 들으니 요즘 제주 경기가 좋지 않아 손님이 뚝 끊긴 지 1년이 가까워 졌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식당 종업원도 그만두게 돼 식당을 접을까 했지만 그간 투자한 것도 있고 실낫같은 희망이라도 보일까 해 어쩔 수 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우리 식당만 불경기라면 음식맛이나 서비스 문제이겠지만 주변 식당이 거의 그런 상태니 불경기를 탓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 말을 듣던 지인은 서울은 더하다고 했다.

언론을 보면 최근 일어나고 있는 소규모 자영업자나 청년사업자들의 하소연과 한탄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 청년대표가 얼마전 청와대 시민단체 초청간담회 자리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힘들다"며 눈물을 보인 것처럼 국민들이 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정부 주도의 개인소득이 많아지는 것보다는 노력한 만큼 대접받는 공정하고 누구나 노력하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이자, 소득이 다르고 지위는 달라도 함께 역할을 나누며 살아가는 역지사지의 균형 잡힌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 전 청년고용 실시간 현황판이 청와대에 설치되면서 청년들에게 희망이 보였다. 청와대 기자실에서 대통령이 직접 함께 일할 국무 위원들을 소개하며 앞으로도 국민 앞에 직접 알리겠다는 화면을 보면서 든든한 정권임을 보았다.

또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우리 경제를 나아지게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초 경제 컨트롤타워가 "금년 말(2018년)이면 소득주도성장과 고용절벽 해소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는데 벌써 해를 넘겨 4월이다.

자신의 자녀는 해외 유학을 보내거나 자사고, 특목고에 보냈으면서도 자사고, 특목고를 축소하겠다고 한다. 살고 있는 집이 아니면 팔라고 해놓고, 힘들어서 매물로 내놓은 자영업자의 재개발예정지구 주변 건물을 은행빚으로 낼름 삼켜버린다.

국민의 생명과 생태계를 담보로 탈원전 정책을 선언했는데 이제 다른 나라에 원전기술을 수출한다고 한다.

든든한 국방을 강조했던 정부가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점차 축소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집권당 대표가 "촛불정권에 어디 감히"라고 하며 20년 집권론을 편다.

이런 현실을 마주한 우리는 개인을 비난하거나 장기집권의 찬반을 거론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의 촛불정신이 내로남불로 포장돼서는 안되고 지난 정권과 동일선상에서 봐달라는 궁색한 변명이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득이 많은 사람, 잘 사는 사람이 모두 적폐일 수 없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노동자들에게 모두 갑질하는 적폐대상일 수는 없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가 아니라면 국민 모두 같은 소득에 같은 소비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란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고, 이를 위한 정책을 수립 집행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쳐 공정하고 적절한 수혜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주어진 법과 규정 내에서 공평한 룰에 의해 경제활동 행위를 할 수 있고 기업은 자유시장경제와 자본주의 경제를 기반으로 노사 간의 협약에 의해 임금과 소득을 분배하는 주체여야 한다.

우리 정치사는 지난 30여년간 누군가가 당선되고 집권하게 되면 우리 편만 골라 새로운 체제
를 꾸려 정권을 장악하는 걸 통치행위이자 정치 관행으로 여겨왔다.

그렇다 보니 추진하는 인사와 경제 정책을 아무말 없이 당연한 국가환경으로 받아들였던 무관심과 잘못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도 있다는 걸 이제 와서 새삼 느끼면서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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