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도시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복잡한 도시를 피해 도심 외곽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원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점점 도시로 인구가 모여들고 있다. 편리한 시설과 기업이 사람이 많은 도시로 몰리고 그에 따른 편의성까지 삶에 주는 이점이 많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인재가 유입되면서 도시가 갖고 있는 자원이 점점 커지다 보니 지방의 시골마을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 있기도 하다.

도시 연구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는 인재의 수준과 비례해 성장한다고 한다. 인재들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조직으로 옮겨 다니면서 도시와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인데 그만큼 준비된 인력풀은 도시가 산업을 일으키고 성장시키는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규모가 큰 도시일수록 더욱 강해지고 소규모 도시들은 자신만의 특성화된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쇠퇴할 수밖에 없다.

헝가리의 소프론(Sopron)은 인구가 6만명이 채 안되지만 치과가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도시다. 이곳에서는 치과들이 서로 경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으로 육성해 주변 유럽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우수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KOTRA에 의하면 소프론의 치과 의술은 치과관광산업으로 확장되면서 유럽전체 치과관광의 약 42%나 차지하고 있다. 치과를 산업으로 이끌어가는 인재들이 모이면서 집적화가 주는 이점은 서로간의 경쟁으로 상승효과를 내면서 강한 산업으로 정착되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이처럼 인재가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최근 몇 년간 활발히 이루어졌던 젊은층의 제주 이주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재의 유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내국인 관광객과 유입인구가 줄어들었다. 특히 젊은 이주민의 감소는 지가 상승으로 삶의 기반 마련이 어려운 데서 시작돼 제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줄이는 연쇄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제주에서 창업하는 기업의 상품들을 보면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아이템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층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시각적으로 공유하는 세대로서 그들이 상품을 이해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반영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창업을 원하는 젊은층이 아직도 제주로 모이는 이유가 있는 만큼 정착을 잘 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도시생태계 조성 차원에서는 창업을 원하는 전국의 예비창업가와 창업가를 제주로 모이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느 지역보다 매력적인 혜택으로 성장을 격려하고 제주가 도입기 기업의 성장 발판으로 역할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다양한 아이템으로 탄탄한 산업기반을 갖춘 도시가 되면서 집적화된 도시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콜롬비아대의 존 자키모비츠(Jon M. Jachimowicz) 교수팀은 좋아하는 일과 가치 있는 일에 대한 열정 수준을 연구했다. 실험 결과,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나타났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보다 가치있는 일을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일에 대한 열정이 높고 이직률도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혁신적이고 새로운 것의 가치는 인정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히려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변방의 섬이라는 어려운 역사를 이기고 현재의 성과를 축적해온 제주는 이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고 살펴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이러한 가치야말로 집적효과를 내는데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공감 수준이 높은 가치있는 일일수록 빠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제주의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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