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또 충격적인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은 잔혹했다. 숨진 사람은 12세 여자 어린이 등 5명이며 남성은 70대 노인 1명뿐으로 약한 사람들을 골라 살해했다. 

안타까운 점은 범인이 이미 1년전부터 수차례 난동을 부리고 주민을 위협·폭행했는데도 경찰이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범인은 과거 폭력행위 등 혐의로 구속됐으나 조현병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범인의 바로 위층에 살던 주민은 평소에도 범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위협으로 불안을 느껴 집 앞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숨졌다. 범인은 이외에도 이웃집에 오물을 투척하고 욕을 하거나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도저히 대화가 안된다며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이러한 방화·흉기 난동 사태와 관련해 범행을 미리 막을 수 없었는지 치안당국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초기 부실한 대처로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무작정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우범자 대처 시스템 등 제도적 미비점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경찰은 그런 참사를 미리 막을 수는 없었는가 등 돌이켜 봐야 할 많은 과제를 안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불특정인을 상대로 벌이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대낮 인천 길거리에서 50대 조현병 환자가 60대 남성과 30대 여성을 흉기로 상해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6월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40대 남성이 포항의 한 약국에서 50대 약사와 종업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를 줄이려면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병력자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끔찍한 범죄를 사회병리적 원인에서만 찾는 것도 문제다. 병이나 사회적 불만을 이유로 그 죄를 가벼이 봐서도 안된다. 극악 범죄에 대해서는 죄를 물어야 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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