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장·논설위원

지역경제 버팀목인 관광업계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외부에서 사람들이 더 오려고 해도 공항 포화로 올 수가 없다. 부동산 경기는 침체 현상에 빠졌고 호황이던 건설경기도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가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통해 '대한민국 관광혁신전략'을 확정하면서 관심 대상에서 제주도는 빠졌다. 지역경기에 침체의 그림자가 오고 있는데도 제2공항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선 항공편 신장률이 답보상태에 있다. 거의 모든 노선이 제주와 연결되고 있어 제주공항 이착륙 능력 한계는 국내선을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단기 대책으로 공항 시설을 확충하고 시간당 수용능력(슬롯)을 늘리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이것도 여의치가 않다.

지난달 제주지방항공청에서 활주로안전위원회를 열고 현재 35회에서 1회를 늘리는 방안을 심의했으나 보류됐다. 이론적으로나 책임 없는 사람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항공관제를 직접 담당하는 운영자는 항공기 사고 우려로 신중하게 더 검토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다른 공항의 국제선 운항은 증가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물론 여유 있는 지방공항인 부산, 청주, 대구, 무안국제공항은 다양한 노선으로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다. 항공사들이 제주를 떠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달에 있었던 한·중 항공회담에서 5년 만에 운수권을 조정해 주간 단위로 70회를 증편하기로 해 항공사들이 반기고 있다. 사드 이후 중국과의 화해 신호로 보이나 제주지역이 수혜 받을 가능성은 낮다. 적정시간에 항공편을 수용할 공항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수용력 한계는 상당 기간 이동인구나 관광객의 증가를 박스(Box)속에 가둬 꼼짝달싹 못하게 할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은 장기적으로 이러한 국내외 항공수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단기적으로는 지역에 많은 자금이 풀려 경기가 부양될 기회를 제공한다. 공항건설 예산은 국비로 약 5조원을 계획하고 있으나 실제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에는 계획보다 1.5배인 약 7~8조원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간 건설 과정에서 물가도 오르고 필요처가 증가한다.

다른 국책사업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이 투자되는 자금 중 약 60%는 제주지역에 파급돼 지역경제에 기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경기가 둔화될 때 인프라 건설로 경기부양을 견인했던 예는 많다. 미국의 대공황 시대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도 그렇게 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제2공항을 건설하지 말고 제주공항 확장을 주장하는 이가 있다. 기존공항 확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임시적인 방편밖에는 할 수 없다. 우리 제주도가 다른 교통수단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없다면 새로 짓는 공항은 목표연도인 2045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50년, 100년 후에도 계속 이용하게 될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만일 기존공항 확장하고 몇 년 지나서 부족하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들이 검토를 거쳐서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이 사업에 비전문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해서 원천무효 되거나 새로 시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간적으로 허락하지도 않으며 정부가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중간에서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중앙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공항을 건설해 국민의 이동권과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책사업에 집권 여당 소속인 일부 지역 정치인들이 여러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들의 주장이 결과적으로 현 정부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미래에 먹거리를 만드는 기반 시설로나 경기 부양책으로 이만한 방안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려워 가는 지역경제에 따로 좋은 묘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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