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를 완주한 정성부옹(81·오른쪽)과 55세인 정명석씨 부자

최고령 81세 정성부옹·아들 정명석씨 동반 10㎞ 완주해
"기록 욕심 버리고 나니 가족 살필 수 있어…오래 함께"

늘 크고 단단해 보였던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 아들이 슬쩍 기억 속 아버지의 그것 같은 등을 내보였다. 앞서 속도를 내는 대신 아버지의 보폭에 맞춘다. 그런 아들이 내심 든든하면서도 아버지는 "난 아직 괜찮아"하며 호흡을 고른다.

2019평화의섬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참여한 8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의 이야기다. 10㎞를 완주한 정성부옹(81)의 옆에는 올해 55세인 정명석씨(아라동)가 서있다. 이번까지 세 번째 나란히 결승선을 밟았다. 기록 보다는 앞을 보고 달렸다는 부자는 생각보다 말이 없었다. 아들 정씨는 "큰 아들이기는 하지만 객지 생활을 오래했다. 2008년에 고향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버지 건강을 걱정하다 운동을 권했다. 헬스장도 다녀봤지만 실내 보다는 실외에서 천천히 달리는 쪽을 더 좋아하셨다. 마침 집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마라톤을 해보시지 않겠냐"는 아들의 조심스런 권유에 아버지는 "배번을 가져와라"고 응수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달리기 하나는 자신 있었다는 아버지 정씨다. 군에서 달리기로 받은 상장이며 트로피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관심에서 밀렸었다. 다시 찾은 자신감에 아들이 이끄는 대로 수목원을 오르내리며 근력을 키웠다.

10㎞를 42분대에 끊고 풀코스 도전도 여러 번 했던 아들이지만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아버지를 택했다. 가족들의 만류에 운동장 대신할 공간을 찾으면서도 싫지 않았다.

"그동안 못했던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정씨는 "천천히 가면 대화를 할 수 있다. 아버지 컨디션이 어떤지 살피는 것이 일과가 됐다. 그동안 못했던 것을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목표는 사실 없다. '편찮은 일 없이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것'이 전부다. "내년에는 손자까지 3명이 뛰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정 옹이 '자신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가족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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