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논설위원

최근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 세계를 안타깝게 했다. 유럽을 넘어 세계유산으로 평가받는 이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 중 하나이다. 
파리의 에펠탑과 더불어 프랑스의 랜드마크다. 건축물이 그 지역이나 나라의 관광자원이자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사례는 수 없이 많다. 미완성 상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스페인의 '성 가족 성당(sagrada familia)'은 대표적이다. 흔히 '가우디 성당'으로 불리는 이 건축물은 오늘도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전 세계 수백만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다.

이탈리아 로마에는 바로크 양식의 작품인 트레비 분수가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이 분수는 하루에 관광객 3만여명을 세계로부터 불러 모은다. 

유럽에는 비단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 아니라도 문화와 전통이 만들어낸 교회 건물과 성곽, 광장의 탑 등이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다. 랜드마크는 특정 지역과 도시, 국가를 쉽게 인지하게 하는 상징물을 말한다. 영국 런던의 타워 브리지가 그렇고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이 그렀다. 말리의 젠네 모스크,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및 시카고의 마천루,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등도 모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광시설물들도 얼마든지 랜드마크이자 그 자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랍 전통 배의 돛 모양을 인공섬 위에 형상화한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도 여기에 포함된다. 세계 최고의 건축물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도 마찬가지다. 이 호텔은 지상 57층에 위치한 도심 속의 하늘정원 스카이 파크와 하늘과 맞닿아 있는 인피니티 풀 등이 가득하다.

이 밖에도 독특한 모양과 건물로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 지역 명소가 세계 곳곳에 많다. 세계는 고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내세울 만한 건축물이 없는 제주도로서는 부럽기만 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매력적인 인공 건축물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단연 돋보인다. 섭지코지 끝 지점 언덕에 위치한 '글라스 하우스'와 '본태박물관' 등이 그의 설계로 이뤄졌다. 그런가 하면 재일교포 2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포도호텔, 카카오 본사, 제주 돌 박물관, 성이시돌 목장 등도 건축 명소다. 관광이 주력산업인 제주도로서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제주다운 건축물'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리스 산토리니 섬은 타산지석이다. 유명 음료회사의 광고 속 배경으로 등장해 유명해진 이 섬은 하얀 골목, 파란 교회당, 담장 너머 바닷가의 풍경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이 모든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들은 섬이 지닌 고유의 개성과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매뉴얼을 만들고 주민들은 이를 자율적으로 이행했다고 한다. 예컨데 '가옥의 벽면은 주변과 잘 어울리는 색상으로 칠해야 하고 담벼락은 허리보다 높지 않아야 한다' 같은 것들이다.

제주다운 건축물에 대한 어떠한 도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채 개성없는 건물들만 가득한 제주도와 크게 대비된다. 더구나 아무런 특색이 없는 인위적인 관광시설물들이 해안 절경지와 중산간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서고 있음은 슬픈 현실이다.

건축은 역사나 생활방식, 시대의 문화, 미래에 대한 가치 추구까지 반영한다고 한다. 
'제주다움'의 추구는 건축물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 거창한 계획보다 실천 가능한 작은 정책부터 시범적으로 추진해보자. 이를 위해 제주도 내 특정 지역을 선정,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 방식을 벤치마킹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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