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문화'라는 만물경 하나를 건넸더니.. 로 시작한 읍면의 작은 학교와 미술관의 실험이 9년 째 기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갤러리 노리는 내달 3일부터 12일까지 '제9회 재릉초등학교 어린이와 함께하는 '말'전'을 개최한다.

미술관 관람을 넘어 직접 미술에 참여하는 전시회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했다. 갤러리 노리 김은중 관장은 제주 이주 후 제주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1년에 1번 정도 아이들을 위해 공간을 열어두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처음 한림초 3학년을 시작으로 주변에 작은 초등학생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출발은 '아이들'과 했지만 결과는 '어른들'에 닿았다. 초반에는 혹시 아이들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니냐는 색안경을 쓴 시선도 있었지만 아이를 핑계로 미술관 문턱을 넘어 어른들이 다시 미술관을 찾는 선순환으로 연결됐다. 지금은 학교에서 직접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전시가 끝나면 아이들의 그림을 액자에 넣어 돌려준다.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이렇게 문화를 접한 아이들은 자라며 문화를 즐기게 된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일을 9년이나 이어오고 있다.

이번 재릉초 어린이들이 참여한 전시회는 총 321명의 어린이 작가들이 그림 218점, 도자기 103점을 만들었다. '말'이라는 같은 주제로 전혀 다른 321개의 말이 표현돼 있다.

어린이날, 서툴지만 순수한 전시회를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관람하는 좋은 시간을 갖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의=064-772-1600.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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