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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공급 과잉 여파 읍·면 숙박시설에서 시내 일반호텔 등 매물 러시
지난해만 숙박시설 90곳 경매 시장 나와…낙찰가율 등 저조 위축 가중
기금 상환 부담 등 자금유동성 위기 커져 "지역경제 위기 도화선 우려"

제주시 도심에 '빈'호텔이 늘고 있다. 휴·폐업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호텔도 증가 추세다. 경영난 끝에 경매 시장까지 내몰리는 상황도 힘들지만 주변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제주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관광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객실 공급 과잉 여파가 읍·면 펜션·게스트하우스에 이어 제주·서귀포 도심까지 흔들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호텔가를 이뤘던 삼무공원 일대와 코스모스 사거리, 탑동 일원의 준공 2~3년차 호텔은 물론 20년 이상 영업한 호텔들까지 꼬리를 물고 있는 추세다. 호텔 분양권은 물론 주변 상가·매장까지 매물 행렬에 포함되는 등 상권 침체 도미노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 들어 3월까지 관광숙박업 5곳(421실)과 유스호스텔 3곳(165실)이 휴업했다. 농어촌민박만 95곳(283실)이 폐업했고, 관광숙박업 2곳(80실)·일반숙박업 1곳(9실)이 간판을 내렸다.

주요 부동산 중개 사이트 등에 올라온 매물은 제주 이주 열풍을 타고 펜션·게스트하우스 등이 우후죽순 들어섰던 구좌·성산·애월·함덕 등 읍면 지역 숙박시설이 주를 이뤘지만 지난달 110억원 상당의 호텔 매물까지 등장했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유지비를 융통하기도 힘든 사정이 반영된 결과다.

자금 압박 끝에 경매에 나온 숙박시설만 지난해 90곳에 달했다. 서귀포시만 70곳이나 되는 등 상황이 나빴다. 콘도도 25곳이 경매에 붙여졌다. 제주시 숙박시설은 낙찰가율 72.77%로 비교적 선방한데 반해 서귀포시 숙박시설 낙찰가율은 40.47%에 그치는 등 자금 회수조차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정은 올 들어 더 나빠졌다. 지난 1월 낙찰된 서귀포 소재 숙박시설은 감정가의 27.38%에 간신히 주인을 찾았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전조에 불과하다는 업계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관광진흥기금 또는 농어촌진흥기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융자금 상환 압박이 숙박시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기관에서는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기준 강화 방침에 따라 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일부 또는 전체 상환을 요구하거나 일반 대출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관광숙박시설 입장에서 추가적인 이자 부담은 존폐 위기와 직결된다.

금융기관 등에서 제주도에 일반대출 전환에 따른 이자차액 보전 방안을 제안했을 만큼 사정이 심각하지만 아직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2017년에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다. 당시는 유커를 상대하던 시설들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전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일반대출로 갈아타면 최소 2.5~3%이상 이자 부담이 커진다. 문을 닫는 것으로도 버티기 힘들어 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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