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제주의 숲

피톤치드·햇볕·맑은 공기·음이온
건강·치유 효과 과학적으로 입증
절물휴양림·비자림·치유의 숲
곶자왈숲 탐방 색다른 세계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숲에 끌린다'. 숲의 치유 효과를 뒷받침하는 미국 하버드대 윌슨 교수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가설이다. 이 가설은 결국 인간이 숲에 가면 심리적 안정을 찾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간이 지금처럼 도시생활을 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약 500만~700만년전 동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탄생해 숲과 더불어 살았다고 한다. 

# 숲 제대로 즐기기

숲을 거닐다 보면 행복해진다. 숲에서 느끼는 상쾌함과 청량감이 단지 일시적 기분 때문만은 아니다. 숲이 주는 건강함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먼저 숲속의 자연 살균제 피톤치드(Phytoncide)를 들 수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을 뜻하는 '파이톤(phyton)'과 죽이다는 뜻의 '사이드(cide)'의 합성어로 식물이 내뿜는 방어용 휘발성 물질이다. 숲속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시원한 냄새가 바로 이 피톤치드의 정체다. 피톤치드는 항균·항산화·항염증 작용을 하며 말초혈관과 심폐기능을 강화해 천식과 폐 건강에 좋다.

숲은 자연광선 치료실이다. 숲에서 쬐는 햇볕은 피부 노화나 암을 유발시키는 강력한 자외선(직접 햇볕)이 아니라 간접 햇볕이다. 비타민D를 우리 몸 안에 합성해주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시킨다. 또 숲은 거대한 산소 공장이다. 숲의 공기는 도심 공기보다 산소 농도도 높고 공기의 질도 훨씬 청정하다. 그래서 숲에서 오래 걷고 운동해도 피곤하지 않다. 계곡에서 많이 발생하는 음이온도 있다. 음이온은 알파파(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활성화시키고 자유히스타민(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신경호르몬)을 억제하며 면역 글로블린을 증가시켜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세포의 역할이 원활해지도록 해 생리작용을 돕는다.

숲에는 다양한 소리가 있다. 계곡물, 새소리 등은 리듬이 있어서 신경 안정 효과가 있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여준다. 

숲이 주는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울창한 숲을 찾는다. 공기가 잘 통하고 몸에 끼지 않는 면 소재 옷을 입는다. 또 숲에서 2시간 정도 머물러야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작정 걷기 보다 고개를 들어 숲을 둘러보면 눈의 피로를 풀 수 있다. 피톤치드 발산량은 봄·여름이 많고, 낮 12시부터 오후 2시에 최고에 이른다. 맘에 드는 나무가 보이면 끌어안고 심호흡을 해서 피톤치드 흡입량을 늘린다. 물보라가 치는 계곡·폭포 주변에는 음이온이 많이 발생하므로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는 것도 좋다.

# 각양각색 제주의 숲

숲이라고 다 같은 숲이 아니다. 제주의 숲이 그렇다. 원시림도 있고 인공조림으로 형성된 숲도 있다. 화산 분출로 흘러내린 용암이 만들어낸 곶자왈 숲을 걷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혼자 천천히 사색을 하며 걸을 수도 있고 가족·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거닐 수도 있다. 걷다가 주변에 설치된 나무의자나 데크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는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에 안식을 가져다 준다.

수십년된 삼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맡으며 삼림욕을 즐기고 싶다면 절물자연휴양림(제주시 봉개동)을 추천한다. 절물자연휴양림은 3시간이 소요되는 장생의 숲길(11.1㎞)부터 숫모르편백숲길(8㎞), 무장애 탐방로인 너나들이길(3㎞), 생이소리길(900m), 절물오름 탐방로(1.6㎞) 등 다양한 탐방로를 갖추고 있다.

비자림(제주시 구좌읍)에서는 원시림이 주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374호)인 비자림은 수령이 500년이 넘는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긴 코스를 천천히 걸어도 1시간30분이 채 안걸린다. 짧은 코스는 유모차와 휠체어 통행이 가능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서귀포 치유의 숲은 수령 60여년이 넘는 편백숲과 삼나무숲을 비롯해 난대림·온대림이 골고루 분포된 숲이다. 치유의 숲은 산림의 다양한 요소뿐만 아니라 제주의 역사, 옛 제주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마을터, 잣성들이 있다. 숲길 이름 역시 제주말을 활용해 엄부랑 치유숲길, 오고생이 치유숲길, 가베또롱 치유숲길, 벤조롱 치유숲길, 가멍오멍 숲길, 쉬멍 치유숲길 등으로 붙여 정겨운 느낌을 준다.

서귀포 자연휴양림(서귀포시 하원동)은 해발고도 700m에 위치해 있으며 제주의 산과 숲 그대로의 특징을 살려 삼림욕, 산책, 캠핑을 즐기며 휴양할 수 있는 곳이다.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색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또 '제주의 허파' 곶자왈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고 싶다면 교래자연휴양림(제주시 조천읍)과 곶자왈도립공원(서귀포시 대정읍)을 가면 된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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