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돌 어린이날=우리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한가

그래픽 = 김민정 기자

제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아동보육분과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세요'캠페인
노형동 4개 초등학교 대상 진행…'안전' 중요성, 가족 회복 등 요구해 눈길

어린이날의 출발점도 1919년 3·1운동이다. '다음 세대'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방정환 선생을 포함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를 주축으로 1922년 제정했고, 이듬해인 1923년 5월 1일 첫 기념식이 열렸다. 그때 부터 97년이 지난 오늘,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한가, 또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를 살필 수 있는 캠페인 결과가 나왔다.

△"우리들을 믿어주세요"

제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아동보육분과(분과장 양창근)는 지난 4월 한달 동안 노형동을 중심으로 아동보호인식개선캠페인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를 진행했다. 노형동내 백록초·월랑초·한라초·노형초 등 4개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에 모아진 목소리는 여리지만 결연했다.

'개에게는 목줄을 우리에겐 안전을 선물해주세요'(양재희·백록초4) '충고 대신 도움, 걱정 대신 믿음을 줬으면 좋겠어요'(진은채·월랑초 6) '매일 가는 곳, 가고 싶고 즐거워야 하는 곳, 어디일까요'(강민선·노형초6) 등 어른들에 대한 주문은 단호했다. 자신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또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인데다 정보 습득 창구가 늘어나는 등 환경은 달라지고 있지만 어른들의 갇힌 사고가 자신들의 창의성과 자유의지를 흔들고 있음을 꼬집었다.

전국 최고 수준인 '사교육'부담에 대한 호소도 절절했다. 지난 3월 발표한 2018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교육부·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7.2%로 전년도 조사 76.4%보다 0.8% 포인트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1만 5000원으로 앞선 조사 21만 2000원보다 3000원 증가했다.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을 포함해 산정했다.

초등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사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입선발고사를 폐지하고 자유학기제를 도입했지만 '학력 저하'를 우려한 학부모 등의 선택은 사교육이었다. 중학교의 사교육 참여율은 69.2%,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는 64.9%·26만원이었다.

△"지금 재밌게 살고 싶어요"

어린이들은 특히 스스로 원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환경에 불안감과 피로감을 호소했다.

'어릴 적 좋은 추억이 따듯한 어른을 만들어요'(이은민·월랑초 6)처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주문도 있었지만 '나는 로봇이 아니에요' '내 미래는 내가 정해요' '엄마아빠는 나보다 일이 더 좋아요?' '공부하고 싶은 의지를 마음  속에서 벗어나게 하지마세요' '나에게 자유를 주세요. 행복해지고 싶어요' '대학가서 잘사는 것보다 지금 재밌게 살아가고 싶어요' '학원이 많아서 힘들어요' 등 어른들의 얼굴을 붉게 만드는 외침이 더 많았다.

'일주일 중 월·화·수·목·금요일은 쉬고, 토·일요일은 학교 가서 공부하고 싶다'(송훈·월랑초 4)는 의견에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이유가 달렸다. '쉽게 누르지 말고, 깊게 대화하자'(김호현·월랑초 6) '주먹으로 대화하면 퍽! 말로 대화하면 벗!'(천지서·노형초 5)는 의견은 '키보드(문자) 폭력' 등 최근의 학교폭력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고, 그런 문제들에 있어 '먼저 손 내밀어 주세요'(홍새아·노형초 5)하는 또래 솔루션이 눈길을 끌었다.

양창근 분과장은 "일부 학생들이 익명을 요구했을 만큼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냈다"며 "캠페인 동안 느낀 미안함과 뜨끔함, 고마움을 지역사회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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