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시기 수만 명에 이르는 도민의 희생을 치르고도 살아남은 이들은 다시금 고통 받아야했다. 군·경의 지시에 따라 토벌대의 전초기지인 주둔소를 등껍질이 벗겨지도록 돌을 날라 쌓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협조원, 특공대, 식부와 식모로 동원됐으며 마을별로 나무와 물을 해마다 바쳐야 했다. 이런 제주민의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현장인 군·경 주둔소를 발굴하고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재조명한 주둔소의 종합보고서가 나왔다.

제주4·3평화재단이 4·3연구총서 「제주 4·3시기 군·경 주둔소(한상봉 저/도서출판 흥제)」를 출간했다. 저자는 3년여간 마을 어르신과 1950~1960년대 목장 및 한라산 속에서 목축업과 사냥을 했던 이들의 기억을 따라 현장을 답사해 기록했다.

이 책은 주둔소의 정확한 축성 날짜는 알 수 없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주둔소의 형태, 규모, 식수원 등 생활상에 대한 증언을 수록했다. 과거 항공사진을 이용해 위치를 표시하고 현장을 실측해 평면도까지 함께 실었다. 이를 통해 군·경의 잔여 무장대 토벌 작전 반경 및 압박 과정, 민간인 출입 통제선 등도 함께 나타낼 수 있었다.

1948~1957년까지 존재했던 제주 전역의 군 주둔지 5곳과 경찰 주둔소 38곳을 조사해 군·경이 주둔했던 곳을 찾아 사진을 첨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군·경이 제주도민을 학살하기 위해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 수 있는 서적으로 4·3 관련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입문의=도서출판 흥제(064-725-3716).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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