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축소 첫날 휘발유 ℓ당 50원 훌쩍…생활물가 들썩
각종 행사 등 지출 증가 '덜 쓰자'분위기에 상권 침체 도미노

직장인 강형민씨(38·제주시 연동)는 5월 스케줄 표에서 동창 모임 일정 두 개를 지웠다. 7년 넘게 이어진 자리였지만 올해는 이런저런 부담으로 미루자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돈 들어갈 때다 보니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이심전심 이었다"고 귀띔했다.

가정의 달 5월이 우울해지고 있다. 지출이 늘어나면서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는 수준을 넘어 경기 둔화 후유증이 확산되는 등 서민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어린이날(5일)을 시작으로 어버이날(8일)·스승의날(15일)·성년의날(17일)·부부의날(22일)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데다 결혼 등 경사가 많아 지출이 많은 시기에 각종 생활물가 인상이 가계부 쓰기를 갈수록 힘들게 하고 있다.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축소 첫날 제주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68.11원으로 전주에 비해 50.40원 올랐다. 예상 인상폭 65원에는 못 미쳤지만 전국적으로 평균 22.88원 오른 것과 비교해 갑절 이상 인상됐다. 인상분 적용까지 시차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타 지역에 비해 재고량이 적은 지역 특성

이 바로 가격에 반영됐다. 경유도 ℓ당 1429.10원으로 전주 보다 39.92원 올랐다.

사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벼운 회식은 물론이고 가족·동창 모임 계획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달 맥주를 시작으로 소주 가격이 인상 대열에 섰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적 특수성을 반영한 돼지고기 가격도 오름세를 탔다. 여기에 이르면 이달 중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여파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말 제주산 돼지 가격은 100㎏ 기준 42만6000원으로 전주 39만원에 비해 3만6000원 올랐다. 3월말 35만6000원과 비교해 20.1%, 지난해 같은 기간 37만원 보다 15.4% 몸값이 뛰었다. 

지갑에서 나가는 돈이 늘어난데 따른 부담은 곧바로 소비 둔화로 이어졌다. 가성비·온라인 등으로 소비환경이 변화한 영향까지 더해지며 가정의 달 특수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도내 대형매장 등의 어린이날 문·완구류 매출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줄었다. 어버이날 연관 상품군 중에서 건강식품이나 건강용품 매출만 선전했을 뿐이다. 가정의 달 단체 예약 실적도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호텔 F&B 예약률도 어린이날 연휴만 평년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이면 특판 매장까지 설치했겠지만 최근에는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지역에 돈이 돌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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