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국장

제주지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내면세점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제주지역 시내면세점은 대기업인 신라와 롯데가 양분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2016년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신규로 면세점 사업자가 진출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호텔신라 신제주면세점 매출액은 8679억원으로 전년 5792억원 보다 2997억원(50%) 늘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지난해 754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4783억원에 비해 2758억원(58%)이나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역시 롯데 제주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한 2434억원, 신라는 36% 증가한 262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매출은 48억원으로 전년 1분기에 비해 19%나 감소했다.

국내 시내면세점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신규 시내면세점 등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된 관세법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별로 시내면세점 매출액이 전년대비 2000억원 이상 증가하거나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20만명 이상 증가한 경우 시내면세점을 추가할 수 있다. 현재 제주와 서울이 추가가 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상황이 다소 복잡할 수 있다. 정부가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을 확대하자 신세계와 신라, 두산, SM, 한화 등이 시장에 진입했다.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수는 2015년 6개에서 2018년 13개까지 2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결국 접근성이 다소 미흡한 한화는 지난 3년간 1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자 오는 9월부터 사업을 철수키로 했다.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으나 서울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며 상황이 변하고 있다.

제주의 상황은 어떤가. 제주에서 영업중인 롯데와 신라는 '따이궁'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대리 구매자)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가파른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제주관광공사는 자금능력과 유명 브랜드 유치 경쟁력,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지역 시내면세점의 매출액이 크게 증가해 정부가 신규 사업자를 허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에서 영업 중인 대기업 면세점이 제주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지역과 함께 나누고 제주도와 함께 성장했다면 대기업이 추가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 더욱이 새로운 사업자가 진출하면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 사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원 지사는 지난달 10일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대기업의 제주 시내면세점 시장진입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면세점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에게 중요한 관광 상품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무턱대고 반대하기보다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운영 중인 2개의 대기업 면세점은 신제주에 위치해 교통체증 및 기타 문제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반면 서귀포지역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관광인프라가 잘 구축됐으나 쇼핑인프라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추가 사업자를 허용한다면 '서귀포시'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서귀포시에는 대형크루즈가 입항할 수 있는 강정민군복합항도 있다.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실한 업체라면 면세점 신규 진입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중소·중견기업이나 공기업 등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진출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기존 대기업 면세점과 제주관광공사가 합작형태를 통해 브랜드파워는 활용하고 제주관광공사의 '애물단지'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화와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사례에서 보듯 더 이상 '황금알'이 아니다. 그러나 서귀포시에 경쟁력 있고 지역사회에 이익을 환원할 수 있는 신규 면세점 업체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보다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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