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논설위원

우버를 창업한 트래비스 캘러닉은 한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새로운 사업은 바로 클라우드 키친(cloud kitchen)이라는 공유 주방 서비스다. 건물 내부에는 5~7평 규모 주방 20~30개가 들어가고 1층에는 '드라이브 스루' 시설을 갖추었다. 클라우드 키친은 주방과 요리사를 포함해 식당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구독 경제 플랫폼도 제공한다. 식당 창업자는 쉽게 식당을 오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당 운영에 관련된 서비스 일체를 받을 수 있다.

최근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의류·자동차·식재료 등을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신문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쓰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미국 '달러셰이브클럽'은 월정액을 내면 매월 면도날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창업 5년 만에 회원을 320만명 이상 모으고 유니레버에 10억달러에 매각됐다. 

구독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후인 2010년대 초반 미국에서 생겨났다. 경제 불황기에 화장품·면도날과 같은 생필품을 소포장으로 저가에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점차 인기를 끌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은 2015년 4200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53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구독경제는 물건을 '소유'하는 소유경제(Owned Economy)에서 '공유'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지나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주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음악이나 영상, 또는 미디어 같은 월정액 서비스에 익숙해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고가 상품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구독경제는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구독 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약 300여 곳이 넘는다. 최근 들어 전체 스타트업 창업 중에 약 30~40%가 구독경제 서비스라고 할 정도로 관련 창업이 늘고 있다.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구독경제 서비스는 아주 다양하다.

구독 경제가 인기를 얻자 점차 대기업도 가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라는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월 149만원에 G70, G80, G80스포츠 3개 모델 중에서 월 2회씩 바꿔 탈 수 있고 2일은 G90도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카드는 모바일 '신한페이판'에서 미하이삭스, 돌로박스 등 스타트업의 구독 상품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구독경제의 유형은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넷플릭스 모델로 주로 음악, 영화, 책 등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되는 것으로 일정 구독료를 내면 특정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둘째는 생필품 정기배송 모델로 옷, 면도날, 맥주 같은 생활용품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것이다. 셋째는 패션과 자동차 등 고가 물건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구독경제가 각광받는 이유는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발전된 시간 절약형 소비 형태라는 점이다. 지정된 날짜에 주기적으로 가장 적합한 상품을 배송해주기 때문에 매번 사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고 개인 맞춤 서비스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제주에 구독경제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면, 숙박, 차량과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에 이어 제주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구독경제는 계획 판매를 통해 예측 가능한 물류 운영과 함께 물류시스템의 효율화에도 기여해 기존 유통기업에게 큰 장애물이었던 물류비용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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