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초기에 적절한 산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헤모글로빈) 속 일산화탄소가 산소 이동을 막아 저산소증으로 뇌 등의 장기가 손상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고압산소치료다. 환자가 고기압의 밀폐공간(챔버)에 들어가 100%에 가까운 산소를 압축적으로 마시도록 함으로써 혈액에 붙어있는 일산화탄소를 빠르게 제거하는 것이다. 

제주지역에는 일산화탄소 중독환자의 고압산소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2곳이다.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에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추고 있다. 해녀·다이버 등 잠수병 치료에도 효과가 커 해양수산부 지원을 받아 2009년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서귀포의료원 1곳뿐이다. 제주의료원의 경우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 치료가 불가능한 탓이다.

이런 까닭에 제주시지역 거주민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사고가 발생하면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라도 서귀포의료원까지 가야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고압산소치료를 받기위해 서귀포의료원으로 이송된 응급환자는 19명인데, 이 중 12명이 제주시에서 이송됐다. 실제 지난 8일 새벽에도 제주시지역의 단독주택에서 일가족 4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춘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지금은 연탄 난방이 줄면서 예전보다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도 줄어들었다. 해녀·다이버 등 잠수병 환자도 줄어 고압산소치료기 사용도 감소추세다. 그런데다 고압산소치료의 의료보험 수가가 너무 낮고 인건비도 많이 들다보니 장비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가까운 곳에 멀쩡히 장비를 두고 장시간 이동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응급환자들이 치료 사각에 놓이지 않도록 제주의료원의 고압산소치료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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