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훈 서귀포시 도시과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돌담들, 제주를 가장 대표할 수 있는 단어이자 상징물이다. 
 

제주의 돌담은 현무암으로 기공도 많고 돌담을 쌓을 때 기초가 되는 굽 자리를 잘 만들어서 쌓기 때문에 수직으로 받는 힘에도 잘 견디고 돌 사이사이에는 틈새가 있어 수없이 이어져온 태풍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다.

제주 돌담의 역사는 고려시대인 13세기경부터 토지경계의 분쟁을 없애고 소나 말의 침범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밭담을 쌓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로는 비바람을 막기 위해서, 때로는 큰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올렛담을 만들고 바닷가 연안에서 고기를 잡기 위해 원담을 만들고 또 어떤 때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해안가에 환해장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런 돌담들을 모두 연결하면 장장 2만㎞가 넘는다고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검은 돌담의 모습이 흑룡만리(黑龍萬里)라 불릴만하다. 정말 소중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제주밭담은 2014년에 식량농업기구(FAO)가 선정한 세계농업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제주의 돌담은 인공 구조물이 분명하지만 태초부터 이미 만들어졌던 자연경관의 일부라고 여겨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4월, 파리를 상징하는 노트르담 성당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은 비통에 빠졌다. 제주 돌담의 가치 또한 이에 못지않다.

수백년 동안 제주사람들이 모두 참여해서 만든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이며 숨결이 그대로 묻어 있는 곳이다. 우리는 돌담의 소중한 가치도 모른채 사라져 가는 문화유산을 그냥 방관자처럼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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