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평범했다'는 엄마는 죽을 힘을 다해 절박한 심정을 쏟아냈다.

5·18 당시 고등학생이던 수인이 엄마는 날아다니는 총알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결혼을 하고 10년 만에 귀하게 얻은 아이를 5년 전 4월 16일 잃었다. '살면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가슴에 품고 제주에 짙고 푸른 마침표 하나를 남기면서 엄마는 김영임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꺼내 "누구든 겪을 수 있지만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어 줄 것"을 부탁했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두 번째 기획공연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의 마지막 무대가 11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 펼쳐졌다.

자식을 바다에 묻고, 또 가슴에 묻고 꽉 막혀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마음을 붙들고 무대에 오른 엄마들이 '이웃'을 꺼냈다. 가까이 의지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사람들이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이중적인 모습을 풀어낸다.

무대 경험이 적기도 하지만 비수처럼 자신을 찌르고, 맨살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대사를 차마 꺼내지 못해 망설이고 멈출 때마다 서로를 격려하고 또 기다리는 작업을 이어왔다. 세상에 꼭 하고 싶은 말을 토해 내는 일은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서울을 시작으로 70회라는 대장정의 끝을 선언하는 자리는 수학여행이라 한껏 부풀었던 아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목적지, 제주였다. 감히 감회를 묻기 어려운 분위기는 가족들이 먼저 깼다.

김순덕씨(생존학생 장애진 엄마)는 "희생자, 생존자의 부모가 아닌 단원고 출신 아이를 둔 엄마라는 이름으로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익숙한 단원고 교복을 직접 입고, 무심코 먼저 하늘로 떠난 아이의 양말을 챙겼던 엄마에게 '제주'라는 단어는 몇 번을 뒤집고, 마음을 다잡아도 아프다.

김도현씨(고 정동수 학생 엄마)는 아들의 명찰을 손에 쥐고 제주공항에 내렸다. "드디어 제주도야"라는 짧은 말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눈물을 쏟았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아이가 좋아하던 랩이라' 더 열심이었던 이미경씨는 "함께 울고 웃어준 제주도민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두 번째 공연은 제주에서 마감했지만 다음 공연 '장기자랑'을 준비 중이다. 세월호 사고의 진상규명 작업과 별이 된 아이들이 반짝임을 잃지 않기 위한 동력이다.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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