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고위공직자라면 1급(級)이상이며 중앙정부에서 국장급 이상이다. 인명(人名)사전에 등재하는 기준치와도 맞먹음으로 국민이 선망하는 위치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의 42%가 다(多)주택보유란 기사가 나오면서 이들에 대한 실망과 더불어 국가에 거는 기대치마저 무너지게 됐다. 그렇더라도 국가 간성(干城)이란 점에서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경영관리직의 책임자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설(私設)기관과 차별할 만큼 공직(公職)자로서 자부심을 갖기에도 충분하다. 
또한 국장급이라면 국정운영의 실무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럴 정도로 고위직이건만 현실은 신분에 부합되는 책무보다 권한 남용에 우선함으로써 도덕적 의무규정마저 밀어낸데서 문제 되고 있다.

관련 증거로서 고위공직자 절반이 두 채 이상 고급 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마저 가격에서 상승(上昇)일로를 달리는 서울 강남지역으로 당장의 국가 혜택은 물론 향후의 상승 전망치까지 선점(先占)해온 것을 의미한다. 강남(江南)은 한강 남쪽에 자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각광받는 지역이고 강북(江北)과 대비되는 신도시(new town)로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 왔다. 

중요한 것은 도시계획마저 정부에서 주도(主導)해온 점이다. 그런 까닭에 고위공직자의 경우, 직무(職務)에 근거한 채로 관련 정보(information)를 입수하는 위치에 있을 건 당연하다. 이를 입증하듯 서울 강남 중심으로 다주택보유자의 50%가 국토부소속공무원이란 사실이 확인됐다. 신도시 계획도 국가기밀의 하나이으로 이를 활용해온 자체가 공무수칙(公務守則)에 어긋나며 부정적인 모습이다.

개인 이익을 위해 공익(公益)업무를 악용해온 것을 의미한다. 이런 행위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공무원이 지켜야 할 수칙과 규범까지 위반해온 것을 뒷받침한다. 예전부터 견리사의(見利思義)란 글귀가 전해져왔다. 이로움을 보았을 때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다. 이런 글귀를 떠올리며 실행해왔더라면 직권남용과 기밀 악용이란 혹평(酷評)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근본에서 잘못된 교육이 화근을 불러왔다. 그동안의 교육사조는 도덕(道德)적 가치보다 물질중시의 계량(計量)주의에 젖어있었다. 그런 결과는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위상을 굳혔더라도 도덕적 측면에서 국가명예를 실추(失墜)시켜버린 반대급부를 떠안게됐다. 국토가 폐허로 변해버린 당시상황에서 경제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생존전략과도 관계된다.

하지만 동방예의지국의 전통가치까지 폐기해버린 데서 도덕불감증과 함께 물질 우선주의에 빠져들게 했다. 물질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단일 뿐, 어떤 경우에도 목적이 될 수 없다. 이것이 가치관에서 혼선을 빚게 했고 인간 한계선을 넘어서게 만들었다. 이것은 다시 파장(波長)을 일으키며 가족과 지역 간에 물질적 이익만을 앞세워 온 데서 대립과 분쟁을 조장해왔다.

여기에다 고위공직자들마저 국가에 대한 헌신(獻身)보다 사익(私益)을 앞세우며 국가기밀까지 악용해 왔으므로 국민기대치에서 멀어질 것은 당연하다. 윗물이 고와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格言)도 옛말이 되면서 어디에서 시범을 찾아야 할지 난감하게 됐다. 때에 맞춘 장관후보자청문회에 기대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그 나물에 그 반찬이란 속담뿐이었다. 

개발정책을 펼치는데 주력하는 제주도에도 유사 사례가 없는지. 여기에 대해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게 됐다. 또한 실리(實利)보다 은둔(隱遁)을 선택해온 조상들의 숭고한 정신을 떠올리며 이를 계승 발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삿된 것을 혁파하고 올바르게 실현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전국 시범을 보여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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