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부 차장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올해 스승의 날은 서른 여덟해째다. 스승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1963년으로, 당시 스승의 날은 5월 26일이었다. 1965년부터는 민족의 스승인 세종대왕 탄생일인 5월 15일로 날짜를 변경했다.

하지만 1973년 정부는 공무원사회의 부조리를 일소한다는 서정쇄신방침에 따라 스승의 날을 폐지했고, 1982년 들어서야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해 부활시키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넓은 교양과 건전한 인격을 갖춘 사회인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은 교사의 중요성은 새삼 이야기할 필요도 없지만 요즘은 교사가 주인공이 되는 '스승의 날'이 오히려 교사들에게 불편한 날이라는 호소가 종종 들린다.

스승의 날을 전후해 촌지는 물론 작은 선물도 받지 않게 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학교현장에는 의심의 눈초리와 부담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투명해지는 속도를 인식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오죽했으면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폐지해 주십시오, 폐지가 힘들면, 차라리 교육의 날로 바꿔 주십시오'라는 청원을 올렸을까.

'재량휴업'도 우울한 스승의 날의 한 단면이다.

제주지역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4곳이 올해 스승의 날에 휴업한다. 초등학교 2곳은 때마침(?) 개교기념일과 겹친 사례지만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이 재량휴업을 결정한 것을 보면 혹시 모를 뒷말이나 뒤탈에 대한 경계가 읽힌다.

청탁금지법과 공직자 행동강령도 엄격해지면서 교사들은 학생 대표가 달아주는 카네이션 외에는 음료수조차도 주고받는데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매년 이 시기면 실시되는 한국교총의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1~2년간 사기가 떨어졌다는 교원들의 응답이 87.4%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09년 절반 수준(55.3%)과 비교하면 이제는 '대부분'이 됐다.

우리는 국가의 미래가 청소년들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청소년들을 바르게 키워내는 것은 바로 '선생님'들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교권 확립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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