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제주경제를 얘기할 때 농업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지역 산업구조에서 농업 등 1차산업 비중이 전체의 12%에 달하고, 전국 평균보다 5배 이상 높다. 

지역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농업이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농가소득은 줄었는데 빚은 늘면서 농업 경영은 물론 가계살림을 꾸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청·장년층은 농촌을 떠나고 고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생존의 기로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게 제주농촌의 현실이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2018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결과'는 암울할 따름이다. 지난해 제주지역 농가의 평균소득은 4863만원으로 전년(5292만2000원)보다 492만2000원(8.1%)이나 감소했다. 2017년 전국 최초로 농가소득 5000만원을 달성한지 불과 1년만에 다시 내리막을 탄 것이다. 

농가소득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게다가 전국적으로는 농가소득이 5년 만에 두 자릿수인 10% 증가율을 보인 반면 소득이 감소한 지역은 제주와 전남(-0.5%) 밖에 없어 제주농가의 상실감을 더욱 키웠다.

농가소득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설상가상 부채마저 급증하면서 제주농가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도내 농가당 부채는 7458만5000원으로 2017년 6253만4000원에 비해 1년새 935만1000원(14.3%) 증가했다. 전국평균 3326만9000원과 비교하면 2.24배 많은 것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도내 농가부채는 2012년 3559만1000원에서 지난해 7458만5000원까지 매년 증가추세다. 부채가 소득을 훨씬 넘다보니 애써 농사를 지어봐야 빚을 갚고 나면 남는게 없는 상황이다.

제주농촌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업인구 감소에 따른 공동화와 인력난도 심각하다. 청·장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고령 농업인들만 남은 제주농촌은 후계 농업인 육성은 고사하고 일할 사람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농가는 3만1208가구로 전년(3만2200가구)보다 3.1% 줄었다. 농가인구 역시 8만2751명으로 전년(8만6463명)에 비해 3712명 줄었다. 2014년 10만9510명이던 도내 농가인구는 2015년 9만3404명으로 처음 10만명대 밑으로 떨어진 이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특히 청·장년층의 급격한 이탈이 멈추지 않으면서 제주농촌을 노인들이 지키고 있지만 을씨년스런 모습까지 숨길 수 없는게 현실이다. 도내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은 지난해 2만6884명으로 전체의 32.5%에 달한다. 70세 이상도 1만9566명(23.6%)으로 전년(22.1%)보다 1.5%포인트 늘었다. 반면 청·장년층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 지난해 도내 농업인구 중 30~40대는 1만4994명으로 전체의 18.1%에 불과했다. 또 50~54세 인구도 전년보다 18.1%나 줄었다.  

농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다보니 땅을 팔고 농사를 그만 두기도 한다.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사라진 경지는 1750㏊에 달한다. 땅값이 오르면서 부동산 경기에 편승한 개발사업도 물론 있지만 고령화와 농업경영비 상승 등으로 더이상 농사를 짓기 힘든 이유도 적지 않다.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제주농촌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제주의 농업과 농촌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하면서 소득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여전히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농업과 농촌이 무너지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농정당국이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먹고 살만한 농촌을 만드는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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