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부 차장

논어에 군자는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 말을 깊이 삼가하라는 뜻의 '삼복백규'(三復白圭)는 공자의 제자 남용이 백규(白圭)란 내용의 시를 하루에 세 번 반복하니 공자가 형님의 딸을 그에게 아내로 삼도록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남용이 반복한 백규라는 시는 '흰 구슬의 티는 오히려 갈 수 있지만 말의 흠은 어찌 할 수 없네'로 시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의 말에 대한 신중함은 옛 속담에 잘 나타나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말을 공손하고 조리 있게 잘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순식간에 멀리 퍼지기 마련이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아무리 비밀스럽게 한 말이라도 반드시 남의 귀에 들어가게 되니 늘 말조심해야 한다), '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화살은 쏘고 나서 주워 올 수 있느나 말은 하고 나면 다시 수습할 수 없다)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지,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이런 속담은 최근 정치권에서 터져나오는 '막말'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여성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달창'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김순례·이종명 국회의원은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다.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공분을 자아냈다. 지난달 15일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며 비난해 막말 논란을 빚고 있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주워 담지 못할 '망언'으로 논란과 공분을 안기기보다는 공자가 군자의 덕목으로 삼은 말의 신중함을 누구보다 되새겨야 한다. 국민들의 실망은 '천냥 빚'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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