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상 제주민군복합항 강정추진위 사무국장

2007년 4월 강정 주민들은 국가 안보와 마을 발전을 위해 제주해군기지 유치를 희망했다. 이후 주민들 간의 폭풍같은 갈등의 나날들을 보내며 어렵싸리 2016년 2월 씁쓸한 마음으로 제주민군복합항 준공식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무겁고도 착잡한 마음으로 기고를 한다.

제주해군기지는 동해 1함대나 평택 2함대처럼 해군이 위치를 정해서 건설된 기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유치를 희망해서 강정마을 바닷가에 건설된 민군복합항이다. 그만큼 우리 주민들은 해군에 거는 기대와 발전된 마을의 모습에 대한 희망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서로를 할퀴고 쌍욕까지 하면서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는 상황까지 주민들 스스로가 떠안게 되었다.

지금 해군이 강정주민들을 무시하는 태도와 아직까지도 갈등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십수년 전 예상했었더라면 필자는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외침은 물론 강정추진위 사무국장이라는 직책도 맡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마을 여기저기서 찬성이든 반대 주민이든 해군을 욕하는 소리들이 너무나도 커서 찬성활동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얼굴 들고 다니기가 창피할 정도다.

필자가 보기에 해군은 이미 초심(初心)을 잃었다. 위기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주민들에겐 늘 '그때 뿐'이다.  제주기지에 근무하는 장병들, 특히 지휘관들은 1년만다 교체되고 간부들 대부분이 1~2년 근무하다 떠나는 뜨내기들이다. 강정의 아픔과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건설된 해군기지의 역사를 전혀 모르고 강정마을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이런 마음가짐이 우리 주민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이어지고 소통은커녕 대민지원 요청이나 민원이라도 제기하면 귀찮아하기 일쑤고 '법대로 하라'면서 주민들을 우롱하기까지 한다. 

해군기지 유치 당시에는 온갖 청사진을 펼치며 주민들과 함께한다더니, 지금은 '낙동강 오리알'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니 이러한 푸념과 하소연을 창피해서 누구한테 하겠는가? 초창기 해군기지사업을 추진했던 당시에는 해군도 아마도 이런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해 관함식 때도 마찬가지다. 관함식은 싫었어도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 행사이기에 우리 주민들은 마을이 두동강 날 것 같은 갈등 속에서도 주민투표까지 하면서 해군의 제주관함식 개최를 조건부로 수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관함식 때문에 마을 내부적으로는 더더욱 산산조각 났고 해군기지 찬반 갈등 속에 관함식 찬성과 반대라는 또다른 갈등이 생겨나면서 속이 썪어가는 실정인데, 해군은 관함식을 제주 강정마을에서 개최했다는 이유로 마치 해군과 주민들이 소통이 잘되고 상생하는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다. 아직도 주민들간 갈등은 진행중이고, 주민들과의 상생은커녕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주민들을 무시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번 어린이날 제주기지 부대개방 행사 때도 강정 어린이들과 젊은 부모들은 다들 동네를 떠나 조랑말타기 등 관광에 나섰겠는가? 거대한 예산을 들인  '앙꼬없는 찐빵' 같은 행사는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란 말인가? 해군의 행태는 보기에만 화려한 하늘 위에 떠있는 잡히지 않는 무지개와 같다. 이러한 사실들을 해군참모총장은 알고나 있을까?

관함식단에 있었던 대령이 제주기지전대 지휘관으로 부임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제주기지 관리와 더불어 강정주민들과의 소통과 상생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부디 관함식 제주 개최를 위해 지난해 2월 다급하고도 절박한 심정으로 필자를 찾아, 그리고 강정마을회를 찾아 부탁했던 그 마음, 그 초심(初心)을 더 이상 잃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 강정주민들은 해군들이 잘못 생각하는 만큼의 바보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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