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우리들에게 5월은 가족행사가 정해져 있고 시간과 돈을 소비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달이다. 이때 상대방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만큼 해 줄 수 있는 돈이 많기를 상상해 보거나 같이 지낼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충분하기를 희망한다. 사람은 항상 현재보다 나은 삶이 펼쳐지기를 고대하며 상상 속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끽한다. 일반적으로 '열망, 갈망, 욕망'이란 말들은 인간의 욕심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이 단어들은 '욕구, 상상, 공상' 등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영화 '아마데우스'를 봤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살리에리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을 부러워하면서 자신에게 음악에 대한 열망은 주고 재능을 주지 않은 하느님을 원망한다. 이때 열망은 갈망이나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열망을 모두 성취할 수 있다면 특별함이 필요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재능이 있는 사람, 그것을 부러워하는 사람, 열망이 강한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게 세상 아닐까.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재능이 있기를 상상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가진 사람을 질투하고 미워한다. 또한 그 재능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흠집 내기에 바쁘다. 열망이 지나치면 상상을 하게 되고 그 선을 넘으면 공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 경우 현실과 동떨어지기 때문에 소위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이 되고 현재의 고통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따라서 열망은 열정으로 순화하고 갈망은 도전의 기회로 삼는다면 욕망도 줄어들 것이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트레스라고 해서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좀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지닐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상상과 공상은 스트레스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들의 정신 건강에 필요한 요소로 상상과 공상이 있다. 흔히 공상(空想)은 쓸데없는 생각이며 정신 집중에 방해가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마음을 한 곳에 모으려고 하면 이런 장애물이 등장한다. 상상(想像)과 공상은 공존한다.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자. 책상에 앉아서 시험공부를 하려고 하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이 떠오른다. 또한 시험을 잘 볼 경우 뒤따라올 좋은 일들, 이와 반대로 시험을 잘 보지 못할 경우 고통스러운 상황 등이 교차하면서 머리를 어지럽힌다. 

이와 같은 일련의 정신 활동은 상상과 공상의 산물이다. 한편 이런 정신노동을 멈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어떤 일이든지 정신을 집중할 때  유혹하는 친구가 상상과 공상이다. 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벗을 삼으면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 즉 공부하다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좋을 결과가 있을 거야" 하면서 잠시 즐거운 상상을 한다. 이런 감정을 누리는 것은 짧을수록 좋다.

만약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30분 이상 이들과 노닐게 되면 현실 감각이 없어지고 정말 망상(妄想)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짧은 시간만 상상과 공상이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럴 경우 "내가 지금 상상과 놀고 있구나. 이제는 이들과 헤어져야 하겠지" 하면서 밀쳐낼 수 있는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현재 위치에서 마음과 정신을 다스리려는 노력을 하면서 인생을 향해한다면 '열망, 갈망, 욕망'이라는 내적 갈등은 해소될 것이다. 

'정신 건강을 위하여! 갈등 해소를 위하여!' 이 모든 것은 대처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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