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원장

5월 21일은 부부의 날로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부부의 날을 5월 21일로 정한 이유는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라는 뜻에서인데,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를 벗어나서 현대사회에 맞는 평등한 부부관계를 정립하는 취지에서 부부의 날이 제정되었다. 더욱이 당시 이혼율의 증가가 부부관계의 문제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대처방안으로 기념일을 제정하게 된 측면도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사회의 이혼 동향을 보면 부부가 하나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다름 아닌 '황혼 이혼' 이야기다. 통계청에 의하면, 과거에는 결혼 4년 이내의 소위 '신혼 이혼'이 다수였다면, 지금은 이혼 부부의 평균 결혼 기간은 15.6년, 이혼 부부의 33%, 즉 3쌍 중 1쌍이 결혼 20년차 이상의 황혼 이혼이라고 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과거에는 이혼에 대한 판단을 비교적 일찍 결정했다면, 지금은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꽤 오래 걸린다는 말이다. 이혼 고민은 하루아침에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누적된 부부 갈등의 결과라고 볼 때, 이혼에 대해 고민하는 그 긴 시간 동안 부부 당사자와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고 답답한 삶을 살지에 대해서는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누가 이혼을 더 고민할까? 이혼소송 전문 법률가나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혼상담 신청의 70% 이상이 여성이 먼저 요구한다고 한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스탠포드 대학의 한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들을 보면 대부분 여성이 먼저 이혼을 요구해왔다면서 그 주된 이유로는 가정에서 자녀 돌봄이나 가사에 대한 가부장적 역할 기대로 인해서 여성이 주로 갈등을 겪고, 해결 가능성이 없을 때 이혼을 선택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성 불평등한 부부관계'가 이혼 사유의 44%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남자를 화성인으로, 여자를 금성인으로 비유하며 남자와 여자는 처음부터 다른 행성에서 왔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전제하에서 화성인과 금성인의 차이점을 나열하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핵심은 남녀가 '사랑스런' 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날 때부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성격이나 행동이 다 같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 아닌가? 서로에 대한 단점과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진정으로 어떤 한 사람을 위한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잊어버리고, 자기가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을 상대도 원할 것이라 믿는데, 여기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오늘날 이혼의 신풍속도를 볼 때,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하나가 되는 것은 결혼 20년이 지나도 지난한 일임을 새삼 생각게 한다. 나아가 그 '하나 됨'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 요구나 기대치에 의한 불평등한 관계에 바탕을 둔다면 이는 폭력적 관계로 치달을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 

싫든 좋든 부딪히면서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반쪽, 아니 세상의 반쪽. 우리 자신과 더불어 나머지 반을 좀 더 이해하고 가까이 알려고 하는 것, 이것이 평등을 지향하는 부부관계의 첫 걸음이라 하겠다. 부부의 날을 맞아 서로의 생각과 원하는 것을 더 가까이 알아가기 위한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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