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한약처방은 양약과 달리 복합처방이다. 여러 약재가 조합된 방제를 쓴다. 단일 약물만 쓰면 쉬울 텐데 왜 한의학에선 복합처방을 쓰는 것일까. 복합 처방을 만드는 것은 여러 이론과 원리가 있으며 한의대에서 '방제학'이란 과목으로 이수한다. 대표적인 원칙은 군신좌사(君臣佐使)다.
임금은 주약으로 주증을 치료하고 신하는 군약을 보조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보좌관은 임금의 넘침과 모자람을 조절하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약물이다. 심부름꾼은 효능이 발휘할 곳으로 인도하는 역할과 더불어 약물의 작용을 조절해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게 한다.
소시호탕의 예를 들어보자. 시호는 군약으로 염증을 제거하며 몸의 겉과 속을 소통한다. 반하와 황금은 신약으로 임금인 시호의 소통에 방해되는 방해물인 담을 제거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열을 식혀준다. 인삼은 보좌관으로 시호, 반하, 황금 등의 차갑고 공격적인 약물로 인해 피로할까 우려돼 붙여놓은 약이다. 병은 치료하되 몸의 정기가 손상되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다. 대조와 감초는 약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넣은 심부름꾼 약이다.
최초의 한약 처방은 상나라의 명재상인 이윤이 만든 계지탕이다. 재미있는 것은 요리의 개념으로 처방을 만든 것인데 이는 이윤이 요리로도 매우 유명했기 때문이다. 요리에서도 재료의 배합비율은 무척 중요하다. 배합의 선후, 재료의 다소, 화력의 조절 등에 따라 완전 다른 요리가 되듯 한약에서도 배합비율에 따라 약의 성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약의 복합처방은 단일 처방에 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여러 논문에서도 입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