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기 금융지원협의회 자금 회전 악순환·조달 임계치 호소
급전 수요 증가·여윳돈 바닥 분석…"지역 취약기업 특성 반영"주문

제주 곳곳에서 혹독한 '돈 가뭄'을 호소했다. 자금 융통이 어려운 상황에 경기 둔화로 인한 경영 악화에 상환 능력 저하까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빚으로 버티다 빚으로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해소에 정책 방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23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주관한 제주지역 중소기업 금융지원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제주도와 금융기관 등 도내 중소기업 지원기관 8곳과 관광·건설·제조·정보통신업과 스타트업·벤처기업 등 다양한 업종 대표자 9명이 참석했다.

임계치를 넘어선 '자금 경색' 상황을 가장 경계했다.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신용등급이 좋지 않거나 담보가 부족하다 보니 필요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음을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높은 관광업과 다른 지역 대비 2배 이상 비중이 높은 건설업 부진은 업계 내부 사정에 그치지 않았다. 가계부채 누증과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맞물리며 사실상 시중 여유자금이 바닥을 드러냈음을 경고했다.

실제 이날 나온 제주지역 여수신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3월까지 도내 기업대출 규모는 24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61억원과 비교해 31.4%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784억원으로 전년 동기 2865억원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주택담보대출이 331억원으로 지난해 1~3월 79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 영향이 컸다. 

예금은행에서 융통할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1~3월 예금은행이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은 1970억원 규모다. 비은행금융기관은 87억원을 풀었다.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면 추가 대출 제약은 물론이고 상환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가계 대출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 등의 운전 용도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될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

주택 매매거래가 줄어든데다 지난해 10월말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는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둔화됐지만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은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3월에만 260억원이 풀렸다. 1월 큰 폭 감소에 이어 2월 53억원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급전 수요가 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에 민감한 취약기업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을 반영할 때 돈 가뭄 심화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협의회 참가 기업 대표들은 △담보력·매출구조 취약 중기 지원 정책 확대 △정책자금 지원 때 신용평가 및 융자·상환조건 유연 적용 △지역 산업구조와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시행 등을 지원 기관에 건의했다. 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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