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잘됐는데 마냥 웃을 수만 없는게 요즘 제주지역 마늘농가들의 심정이다. 올해산 마늘의 작황이 좋은데다 도내 재배면적도 줄어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감은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늘면서 물거품이 돼버렸다. 여기에 수매가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데 반해 인건비는 오르다보니 이래저래 농가들의 주름살만 깊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대정농협 유통센터에서 시작된 올해산 마늘 수매현장도 수확의 기쁨보다 아쉬움과 한숨이 더 컸다. 대정지역은 수매 물량이 4402톤으로 도내 재배지역 중 가장 많은 것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최대 마늘주산지다. 올해산 도내 마늘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1.4~5.3% 감소했다. 이에따라 생산 예상량도 최대 3만1653톤으로 지난해(3만2276톤)에 비해 1.9% 가량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문제는 이처럼 제주산은 줄었는데 전국적으로는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재배면적이 2만8000㏊로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것은 물론 생산 예상량도 최대 36만톤 이상으로 평년대비 6만톤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수매가도 지난해와 같은 ㎏당 3000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도내 계약물량마저 7980톤으로 전년(9696톤)보다 21.5%나 줄면서 처리난을 걱정하게 됐다. 1년 동안 애쓰게 농사를 지은 농가들 입장에서는 속이 탈 일이다. 뿐만 아니다.

수매가는 제자리인데 인건비마저 지난해 7만5000원이던 일당이 올해는 8만원으로 올랐다.
농사 짓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지금은 풍년이 들면 더 힘들어지다보니 농가들 입장에서는 "한해 농사를 잘 지었다"는 말이 오히려 근심으로 다가올 정도다. 힘들여 농사를 지었으면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농정당국은 올해산 제주 마늘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수급 조절과 독자적인 판로 확보 등 유통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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