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역전세난 현실로…지난해 국토연 국지적 부작용 경고
경기둔화 여파·금융대출규제 강화 맞물려, 경매 물량도 늘어

김소영씨(43·제주시 노형동)는 벌써 2달 넘게 이사를 미뤘다. 지난 신구간 계약 만기에 맞춰 가게와 아이 학교가 가까운 제주시 도남동에 집을 구했지만 집주인이 보증금을 내주지 않으며 발이 묶였다. 김씨는 "새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고 미루고 있어 속이 탄다"며 "재계약을 했으면 하는 눈치지만 집세 부담이 덜한 곳을 찾아야 하는 입장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시장 위축 후유증이 전셋집으로 번지고 있다. 제주에서도 전셋값이 1~2년 전보다 더 내려간 '역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등 다세대 주택 가격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며 전세 공급이 증가하기도 했지만 금융대출 규제 강화로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집주인들의 고충이 맞물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역전세는 전셋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제주는 지난 2017년 전년 대비 전세가격이 0.08% 떨어지는 등 하락 지역으로 전환했다. 신구간을 앞둔 1월 말 기준으로 2년 전과 비교해 3.71%나 하락하는 등 역전세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 시장 동향 조사 등에서 이미 지난해부터 역전세난이 우려됐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월 전국 주택시장 동향을 정리한 국토정책 브리프를 통해 제주를 공급 과다로 인한 가격 하락과 이로 인한 국지적 역전세난 등 부작용을 경고했었다.

이에 대비해 보증금 반환 보증제도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경기 둔화와 배후 시장 위축 등의 환경적 요인이 맞물리며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진행한 현재 거주지의 역전세난 정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제주 체감도는 25.0%로 전국평균(22.1%)보다 높았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데다 매물로 내놔도 팔리지 않는 상황에 발만 구르고 있다. 실제 전세권이 설정된 집 상당수가 신구간 이후 경매시장에 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들어 제주 경매시장에 나온 아파트(생활주택), 연립, 다세대 등 단독주택 제외 주택 물량은 2월 12건에서 3월 38건, 4월 67건으로 증가 추세다.

경매를 진행한다고 해도 최소 7~8개월은 소요 되는 등 가계 자금 위축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큰 상황이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보증금 문제로 제주 발령 직원을 위한 사택용 아파트가 3개월 넘게 비어 있는 사례도 있다"며 "대출이자나 보증금 때문에 집을 팔려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팔리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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