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혁신경제 지형은 국가와 개별 산업군을 넘어 생산성 격차(productivity gap)의 주요요인으로 디지털화(digitization)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성공의 과실은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크지만 실패에 따른 후과 역시 회복하기 힘들 정도라는 평이다.

2018년 매킨지글로벌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디지털화는 기술발전에 따른 새로운 사업기회의 창출과 수익의 재투자로 2030년까지 약 13조 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GDP를 더할 것이라 한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이지만, 같은 연구소에 따르면 디지털화에 따른 글로벌 혁신경제 체제를 주도하는 기업은 우선 물리적 제약성이 덜한 재화를 생산·제공하는 유형이라 한다. 덧붙여, 보다 직접적인 소비자 접근성, 신속한 자본회전성, 지역적 제한성을 탈피한 글로벌화 등이 혁신경제 체제를 앞서가는 기업군의 공통적 특질로 꼽힌다. 주요 산업군으로 나눠 보면, 미디어 및 금융산업이 디지털 경제를 최일선에서 주도하는 반면 제약산업과 전통적 제조업군이 멀리 뒤쳐져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화에 기반한 기술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거시경제적 차원에서 따
지면 주요 선진경제권의 성장세가 부진하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경제대국은 2010년~2014년 시기 연평균 약 0.5 퍼센트의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그 이전 10년 시기의 2.4 퍼센트에서 크게 하락한 실적이다. 이처럼 혁신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술발전의 주도국들이 정작 그에 따른 경제 성장세와 불일치를 보이는 현상을 일컬어 '생산성의 수수께끼(Productivity Puzzle)'라 명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수수께끼에 대한 답은 체험적 수준에서도 깨우칠 만한 성질의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노력의 대가를 온전히 누리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로 요약할 수 있다. 디지털화가 생산성 향상이라는 큰 배당으로 과실을 돌려주는 것은 맞지만, 실제 기업활동 과정과 관행에 흡수되어 천착 되는 시점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터이니 수확기까지 다소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045년께 되어야 디지털화에 따른 혁신 기술이 세계적 차원으로 전면 확산되어 새로운 유즈케이스(use cases)가 글로벌 경제지형을 바꾸어 놓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는 해석이다. 

여기서 다시 매킨지의 조사 결과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18년 매킨지는 산업분야에서 채택·흡수 가능한 ICT 기술 잠재력을 100으로 놓고 주요 산업군의 도달률을 추계한 바 있다. 미국, 유럽, 중국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주요 산업군의 도달률은 약 24 퍼센트에 불과했다. 그 가운데 제주의 주력산업군이라 할 수 있는 여행 및 소매업은 각각 51, 46 퍼센트, 제약 및 기업 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업종은 15 퍼센트 선에 그친다. 또, 전세계 소매 매출 가운데 디지털 채널을 거쳐 이루어지는 비중은 26 퍼센트, 공정 과정 중 디지털 자동화를 거치는 것은 31 퍼센트, 공급망 거래가 디지털 공급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30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전통적 산업군이 디지털화가 견인하는 생산성 향상 잠재력을 온전하게 누리기에는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실이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편의적 해석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디지털화에 따라 혁신경제의 성장요인 3요소라는 '매출창출', '자동화 및 공급망', '디지털 인력 배치' 등에 있어 앞서 나가려는 고민과 경쟁은 전방위적으로 세밀하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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