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국 차장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영화 속 공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전원백수인 '기택'네와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네 등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회의 부조리와 계급 투쟁이란 심각한 주제를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로 풀어내면서 세계 관객·평론가들에게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공감을 얻었다.

이같은 공감과 몰입감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수직적 계급을 상징적 공간들로 정교하게 배치하면서 효과를 더했다.

피자상자를 접는게 수입의 전부인 백수 가족의 집은 반지하로, 박사장네 집은 언덕 위 저택으로 설정해 극적으로 대비시켰다. 반지하에 사는 청년이 언덕 위에 있는 박사장네 집으로 가기 위해 오르는 언덕길과 계단도 사회의 수직적 질서를 시각화한 장치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반지하'는 옥탑방·고시원과 함께 열악한 주거 환경을 대표하는 주거형태로 꼽힌다. 

이른바 '지옥고'로 불릴 정도로 주거 환경이 좋지 않다보니 정부가 청년 임대주택, 전·월세 보증금 등 지원을 통한 주거개선 정책을 집중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반지하는 늘어나는 주택수요를 충족할 목적으로 정부가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지하층 개발을 합법화하면서 급속히 확산된 건축형태로, 제한된 층수보다 1개 층을 더 지을 수 있어서 건축주에게도 유리하다.

청년·취약계층 등 수요는 꾸준하지만 높은 습도와 사생활 침해, 소음, 장마철 침수 등에 노출되기 쉽다 보니 신규공급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송파구 반지하 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작은 변화는 있었지만 주거빈곤층의 고통은 여전하다.

2017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제주도에서 521가구(0.2%)가, 전국적으로는 36만3896가구(1.9%)가 반지하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주와 정부의 이해관계보다 모든 국민이 최저주거기준 이상으로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