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요리

최근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제주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자리(자리돔)로 만든 자리물회다. 한여름 자리물회 다섯 번만 먹으면 보약이 필요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리로 만든 음식이 자리물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선수’는 역시 자리물회다. 제주인들은 예로부터 자리젓, 자리구이, 자리조림, 자리젓지짐 등 다양한 음식으로 자리맛을 즐겼다.

자리물회.

△자리물회

제주 사람들은 연근해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개발했다. 이는 조선후기 출륙금지령(1629~1834)으로 인해 어업활동이 위축된 역사적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자리는 제주 근해에서 많이 잡힌다. 자리를 바로 썰어서 식초와 된장을 넣고 채썬 오이와 향신료 제피를 넣은 뒤 찬물을 부어서 만드는 자리물회는 당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과거에는 오이가 아닌 노각을 썰어 넣고 쉰다리를 발효한 식초를 넣었다고 한다.

자리물회는 제주 사람들만의 만드는 비법이 있다. 작은 자리는 비늘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먹었다. 보통 뼈째 먹기 때문에 식초를 미리 넣으면 뼈가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다. 양념으로 된장과 식초, 제피 외에는 들어가는 재료가 없으니 칼칼한 맛을 내기 위해 풋고추를 넣기도 한다. 최근에는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추다보니 고추장과 고춧가루 양념을 쓰기도 하고 제피를 넣지 않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관광식당 등에서 파는 물회는 제주사람들이 먹던 본래 물회의 맛과는 달라지는 것도 현실이다.

△자리젓과 자리젓지짐

자리젓은 오랫동안 보관해 먹는 음식으로 유용했다. 자리젓은 해안과 중산간 마을을 구분하지 않고 대부분 1년 먹을 음식으로 담갔다. 중산간 마을 사람들도 자리를 사기 위해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리 흉년에는 자리를 사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또 반대로 풍년에는 사람들이 중산간 마을까지 와서 자리를 팔았다.

자리젓은 보리가 익을 무렵 담는 것이 가장 좋다. 이때의 자리는 알을 배고 있으며 크기가 작고 기름기가 돌아서 제일 맛이 좋다.

자리젓은 싱싱하고 적당한 크기의 자리를 골라 자리와 소금의 비율을 4:1로 버무린다. 만약 약간 짜다고 생각되면 소금을 0.8 정도의 비율로 줄여도 된다.

이렇게 버무린 자리를 항아리에 넣고 소금을 살짝 끼얹고 광목 헝겊으로 덮어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해 둔다. 그렇게 4~5개월 숙성시킨 후 꺼내어 풋고추·고춧가루·참깨·참기름·마늘·파 등을 적당히 넣고 무쳐 먹는다.

또 자리젓지짐은 구멍을 막은 전복껍데기에 자리젓과 납작납작하게 썬 무와 물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 먹는 음식으로 배지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자리조림(자리지짐)

자리조림은 만드는 방법이 집집마다 조금씩 달랐다. 보통 자리조림은 자리에 물과 양념장(간장, 설탕, 다진마늘. 식초, 고춧가루, 식용유)을 넣고 조린 것이다. 콩잎을 냄비에 깔고 조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간장을 안쓰고 약간 소금에 절인 자리에 물을 근근히 넣어서 풋고추를 썰어 넣어 조리기도 했다. 또 조선간장만 조금 넣고 오랫동안 조리는 방법도 있었다.

자리구이.

△자리구이

자리구이는 자리를 통째 참기름을 발라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자리의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과 지느러미를 떼어내 깨끗이 씻은 후 소금을 뿌려 구워내면 어린이들도 먹기가 쉽다. 통째로 구워내는 자리구이는 담백하면서 뼈째로 씹어먹는 맛이 좋다.

예전에는 자리구이를 할때 불을 지피다 남은 불재에 자리를 던져넣어서 익은 듯 안 익은 듯 불티가 붙은 상태로 먹었다. 이는 제주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옛날 먹을거리가 귀하고 어려운 형편을 극복하기 위해 식재료 무엇하나 버리지 않고 조리도구나 방식도 생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김정희 기자

참고문헌=할망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 이야기(허남춘·허영선·강수경), 제주도음식(김지순)

여름 별미 자리 맛보고 올레 걸으며 절경 감상

2019보목자리돔축제

서귀포시 보목마을은 대정(모슬포)과 함께 자리돔이 잘 잡히는 황금어장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잠시 숨고르기를 했던 보목자리돔축제가 돌아왔다.

보목자리돔축제위원회(위원장 한재협 보목마을회장)가 주최하는 제18회 보목자리돔축제가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귀포시 보목마을 보목포구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보목자리돔축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과 지난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개최돼 제주 대표적인 별미 축제로 자리매김 해 왔다.

첫날 칠십리 풍물패와 보목초등학교 풍물패의 길트기를 시작으로 사흘간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주민안녕과 자리돔 풍어 기원제, 전통 자리돔 잡이를 재현하는 자리돔사들 시연, 자리돔치어방류 퍼포먼스, 자리돔 맨손잡기, 고망낚시, 통통배 타고 나가 한라산 조망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마련된다. 또 자리돔 가요제, 지역특산물 직거래장터 등 부대행사도 진행된다.

축제에서 여름철 별미 자리돔을 즐겼다면 마을 탐방 안내소에 들러 보목마을 보물지도를 따라 올레 걷기를 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고즈넉한 보목포구에서 천연기념물 제18호 파초일엽의 자생지인 섶섬을 비롯한 지귀도, 문섬, 범섬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표고 98m 남짓인 제지기오름에서 내려다 보는 수려한 해안절경은 더할 나위가 없다. 거기에 구두미 포구로 가면서 소천지를 산책하고 마을 카페에서 차 한잔을 즐기는 여유도 빼놓을 수 없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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