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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포럼] 학문의 자유오승은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오승은
입력 2019-05-30 (목) 17:24:49 | 승인 2019-05-30 (목) 17:28:25 | 최종수정 2019-05-30 (목) 17:26:32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 가고 있다. 이번 주는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축제기간이다. 부지런히 행사를 준비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즐기는 젊음의 에너지를 보는 마음은 기쁨과 대견함이다. 그러나 대학의 기본 기능이 학문의 연구, 학문의 전당이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론(異論)이 없을 것이다. 

학문의 사전적 정의는 '학자들이 연구활동을 한 결과를 축적해 놓은 지식체계'라고 씌여 있다. 학문의 발전을 위해 기본적 요건으로 꼽히는 학문의 자유는 보통 학문연구의 자유, 연구발표의 자유, 교수의 자유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학문연구의 자유란 학자 개인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진리를 탐구할 자유를 말하며 이 결과를 외부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연구발표의 자유이며 이를 강의실에서 자유롭게 가르치는 것이 교수의 자유이다. 즉 지식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에 있어서의 자유뿐 아니라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가르치는 활동의 자유가 함께 보장돼야 진정한 학문의 자유가 완성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중세 때까지 대학에는 학문의 자유가 없었고 근대 이후에 들어서야 비로소 대학에서 주장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봉건시대 학문의 자유가 제한됐던 이유는 그 본질적 성격이 주로 기득권이나 기존의 지식체계에 대한 도전과 현 체제에 대한 비판을 내용으로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문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지식인들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15세기 르네상스 초기 그리스의 학자들이 이탈리아로 망명한 사건으로부터 냉전기의 대규모 숙청, 780년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휩쓴 지식인 탄압, 미국에서조차 반공을 이유로 한 학자들의 숙청이 있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긴 고난의 세월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독재주의 정권의 탄압 속에서 새로운 진리에 대한 탐구와 현실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라는 대학의 기능은 학자들의 투쟁 속에서 꾸준히 지켜져 왔다. '학문의 자유를 위한 대학인들' 모임은 "강의실의 안팎에서 기존의 지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시험하고 또한 논쟁적이거나 인기 없는 견해를 사람들의 호오(好惡)에도 불구하고 개진할 수 있는 무제한의 자유를 대학인들이 지닌다"는 것이 학문의 자유의 근본이라는 '학문의 자유 선언'을 하고 있다. 

베이컨, 밀톤 등에 의해 학문의 자유가 주장되고 1848년 프랑크푸르트 헌법에 처음 규정된 이래 대다수의 국가에서 학문의 자유는 헌법에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 또한 헌법 제22조에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학문의 자유를 모든 개인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학문의 자유를 헌법적 기본권으로까지 보장하고 있는 의미는 이것이 개개인의 인격의 발현에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학문의 발전이 곧 국가와 사회, 인류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지대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일 것이다.

학문의 본질상 주장과 그에 대한 비판, 또 그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론의 발전이 이뤄지는 것인데 학술적 논쟁이 법정까지 가는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최근 우리 대학의 한 교수가 공시가격 책정 과정의 정확성, 투명성 및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모 공공기관의 전문성이 낮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당기관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학자가 자유로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명백히 학문의 자유에 해당한다. 물론 학자 개인의 연구결과에 대한 비판을 할 권리 역시 국민 모두에게 부여된 학문의 자유에 해당하겠다. 하지만, 이는 법정이 아니라 학술대회나 토론의 장에서 다룰 문제이며, 그 판단 또한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따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오승은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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