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주4·3연구소에서 주관한 제주포럼 행사에서 5월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삼다홀에서 '4·3과 경계-재일의 선상에서'를 개최한 가운데 토론 진행자들과 주요 참석자들이 세션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우종희 기자

(사)제주4.3연구소 주관 세션 진행
“경계의 선상에서 균형을 잃지 말아야”

4·3 당시 몸을 숨길 곳이 없어 숙부 집에 숨었다. 숙부는 조카를 숨기고 있는 것이 켕겼는지 군인과 경찰들에게 약간의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그것을 목격한 무장대는 토벌대 가담자라 오해하고 죽창으로 찔러 주살(誅殺)했다. 1년간 도망자로 숨어살다 10일 동안 바다를 떠다닌 끝에 일본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일본어로 '시'를 썼다. 시는 침묵을 강요하는 폭력에 맞서 뚫고 나가는 외침이 됐다.

(사)제주4·3연구소에서 주관한 제주포럼 행사 '4·3과 경계-재일의 선상에서'가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삼다홀에서 개최된 가운데 김시종 시인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우종희 기자

㈔제주4·3연구소 주관으로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삼다홀에서 제주포럼 '4·3과 경계-재일의 선상에서'세션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국과 일본, 남한과 북한 등 경계선 위에서 평생을 살았던 재일제주인인 시인 김시종 선생(90)이 좋지 않은 건강에도 불구하고 참석했다.

(사)제주4·3연구소에서 주관한 제주포럼 행사 '4·3과 경계-재일의 선상에서'가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삼다홀에서 개최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정근식 서울대 교수,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 호소미 카즈유키 교토대 교수, 이창익 제주대교수. 우종희 기자

㈔제주4·3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포럼 세션에는 김시중 시인을 비롯해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 호소미 카즈유키 일본 교토대 교수, 정근식 서울대 교수, 이창익 제주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평생 선상에 선 삶을 살았던 김시종 시인의 작품을 통해 제주 4·3학살과 한반도 분단, 한일 관계 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시종 선생은 토벌대와 무장대의 경계선상에 있었고, 재일제주인으로서 희망과 절망 사이의 경계선상에, 북한귀국운동 등 남북 이데올로기의 경계선상에,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 사이 경계선에 지금도 서있다.

(사)제주4·3연구소에서 주관한 제주포럼 행사 '4·3과 경계-재일의 선상에서'가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삼다홀에서 개최된 가운데 김시종 선생이 이창익 교수의 질문에 성심성의것 답변하고 있다. 우종희 기자

이것은 김 선생의 뚜렷한 주관이 돼 세계문학으로 평가 받는 시를 창조했다. 일본에서 일본인을 위해 일본어로 시를 쓰지만 일본을 비판하고 일본인이 생각하지 못하는 단어들을 생산해내기도 했다.

이창익 제주대교수는 "4·3을 피해 일본으로 피신한 제주인의 삶은 두려움이었고 절망적인 현실이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모두가 피해자가 돼버린 상황에서 또다른 경계인의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적 모순을 넘어 경계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한 김 선생의 작품은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라있다"고 피력했다. 우종희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