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물부족 위기, 지속가능 수자원 방향 찾자 <1> 프롤로그

제주의 물부족 위기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위해 지하수 추가 개발을 억제하고, 정수시설과 관망개선, 통합적이고 합리적인 물공급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 사진은 제주 북부와 서부 지역 등의 상수도 공급을 맡고 있는 어승생 제2저수지. 김용현 기자

4800여개 관정 설치 지하수 남용 심각 기후변화 등 수자원 편차 심해
물공급 시설용량 중 지하수 90% 달해 내년부터 생활용수 부족 예상
생활 및 농업용수 통합, 지역·수질별 물관리 체계 구축 등 혁신 필요  

제주도는 수자원 공급에 있어 지하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큰 강수량의 편차, 가뭄빈도 증가, 도심지 확대 등으로 제주지하수 함양량이 크게 주는 반면 수자원 수요는 늘면서 물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지하수 개발보다는 다양한 수원을 찾고, 정수시설 확대 및 합리적인 운용체계로 물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물부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 방안과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하수 관리 빨간불

지금까지 제주지하수는 청정성을 유지하면서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여겨졌다.

지하수 사용을 규제하거나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미비했고, 해안부터 중산간 지역까지 도내 곳곳에 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뽑아 썼다. 2017년말 기준 4818개의 관정이 허가되는 등 무분별하게 지하수가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인위 및 자연적인 요인으로 인해 제주지하수 유지·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제주지역은 기습적 호우의 발생빈도가 많아졌고, 이로 인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하천 등을 통해 바다로 빠지는 양이 늘었다.

또가뭄발생 빈도 역시 증가하면서 수자원총량이 시기적으로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수자원총량이 2013년 2800㎥/년에서 2015년 4418㎥로 급격히 늘었다가 2017년 2552㎥로 급감하는 등 수자원 관리에 예측불허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의 시가지화 지역이 2010년 118.22㎢에서 2015년 136.6㎢로 16% 증가하는 등 아스콘과 콘크리트 포장 면적이 늘어나면서 빗물이 지하수로 함양되지 못하고 있다.

20년간(1998∼2017년) 강우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제주 지하수 함양량은 16억360만t으로 분석됐다.

지하수 함양률은 1993년 44%에서 2003년 46.1%로 높아졌지만 2018년 40.6%로 최근 들어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2월 21일부터 27일까지 조사된 도내 68곳의 관측정에서 측정된 지하수 수위는 평균 11.22m로 2003년 관측 이래 가장 낮았다. 두 번째로 지하수위가 낮았던 2017년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측정된 평균 지하수위 11.84m보다도 0.62m 낮았다.

△지하수 의존도 높아

제주지하수에 대한 위험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지하수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도내 수자원 시설용량은 연간 6억2800만㎥이며, 이중 지하수가 5억6800㎥로 90%에 달하고 있다. 용천수는 4700만㎥로 7%에, 저수지는 700만㎥, 빗물은 400㎥에 그치고 있다.

수자원 이용역시 전체 2억9900만㎥ 중 지하수가 2억4400만㎥로 81%에 달하고 있다. 용천수는 4300만㎥로 14%에 그치고 있으며, 빗물은 900만㎥로 3%, 저수지는 300만㎥로 1%뿐이다.

지하수 함양량 감소와 용수사용량 증가, 정수시설 부족 등으로 내년부터 제주지역도 수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역 상수도 정수시설 용량은 2017년 1일 46만3000㎥에서 2020년 46만1000㎥로 줄고, 2025년 41만3000㎥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1일 최대 상수용수(생활, 공업, 관광, 공항, 항공용수) 수요는 2020년 50만3000㎥, 2025년 45만3000㎥, 2030년 34만7000㎥으로 예상됐다.

결국 2020년부터 1일 4만2000㎥가 부족하고, 2025년 4만5300㎥, 2030년 4만4700㎥이 모자라는 등 물부족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농업용수 1일 시설용량 96만4000㎥ 가운데 지하수 90만㎥로 93.3%에 달하는 반면 저수지는 1만6000㎥로 1.66%에 불과하다. 10년 빈도 가뭄기준으로 농업용수 역시 1일 32만4000㎥가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다행히 상수도 취수용량은 1일 66만7884㎥로 추가적인 지하수를 개발하지 않고, 정수시설 확충 및 관망개선 등으로 생활용수 공급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수 개발 억제 관리방향 나서야

제주도 수자원관리계획 및 정책은 지하수 의존도를 낮추며 수원(水原)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통합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수자원관리종합계획(2018~2022) 보완용역을 마무리하고, '제주형 수자원 관리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물 부족과 수질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를 추가로 개발하는 것을 배제하는 대신 원수 수질에 따라 '제주형 통합 물이용 체계'를 구춖해 물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주형 수자원 관리체계에 맞춰 현재 독립적 구조인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통합해 이용·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별·시기별로 집중이용 수자원 수요의 용도와 시기가 다른 만큼 관로 연계로 물 부족 지역에서 인근 지하수 관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국지적·일시적인 물 부족 해결을 위해 대용량 관정의 여유량을 물이 부족한 지역에 공급하는 등 기존 지하수 시설용량에서 더 이상 늘리지 않고 합리적인 운영체계를 통해 물 부족을 해소하는 것이다.

대형 저류조 시설에 용천수·빗물이용시설·하수재처리수 등의 대체수자원을 저장해 용수공급시스템에 연계해 활용하는 등 지하수 의존도를 낮추는 사업도 추진된다.

지하수 개발·이용 총량을 과학적으로 관리한다. 우선 2022년까지 도내 모든 관정에 대한 실시간 이용량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고, 과다 취수 자동 경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지하수 수질 현황 및 오염원 분포에 따라 지역별 지하수 환경기준 및 수질등급을 설정해 목표수질 달성까지 해당 지역 지하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수질높이기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지하수 수질환경기준을 및 수질등급관리제를 도입한다.

지하수 이용의 형평성을 높이고,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수대금 부과체계 개선도 추진된다.

현재 지하수 원수대금의 업종별 단가는 1㎥당 128∼563원으로, 상수도 사용료의 13∼33% 수준에 불과, 지하수 남용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농업용 지하수는 사용량과 관계없이 구경별 정액요금만 부과돼 누진 요금제가 적용되는 타 업종과 형평성 문제가 있고, 농가들이 저수지나 지표수 등을 사용하지 않고 지하수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

지하수 원수에 대한 비용회수 원칙에 따라 보전·관리 비용과 요금부과 과정 등 서비스 전반에 대한 공급원가를 반영해 부과 기준을 현실화로 지하수 사용량을 줄이고, 수자원 관리 재원마련에 나선다.

제주수자원은 미래성장동력으로 경제가치가 높은 만큼 수자원 보호를 전제로 한 제주형 물산업도 적극 육성한다.

물산업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기술·제품개발, 마케팅 지원을 통한 기업육성 및 산업성장을 도모한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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