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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담론] 무더위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강용희 (사)제주역사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강용희
입력 2019-06-04 (화) 14:05:42 | 승인 2019-06-04 (화) 17:51:18 | 최종수정 2019-06-04 (화) 17:51:18

엊그제가 봄인가 싶더니 계절은 어느덧 여름의 초입에 들어섰다. 올해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10여일 전 5월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32도를 오르내리며 예년보다 한 달여나 일찍 찾아온 무더위는 올해 여름을 단단히 대비하라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수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사태를 겪었다. 기상 관측 이후 처음이라는 40도 안팎 무더위가 한 달 넘게 한반도를 달구었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북반구 전체가 말 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전국적으로 45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48명이 사망했다. 제주는 1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여름철 폭염은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재난 수준까지 도달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여름 무더위는 평등했다. 누구나가 부채나 선풍기로 한 여름을 이겨내면서 천고마비의 계절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늘날 더위는 더 이상 평등하지 않다. 빈자들에게는 여름이 겨울보다 지낼 만했다. 가장 큰 서러움이 배고품이고, 그 다음이 살을 에는 추위를 피하지 못하는 것이었던 시절, 여름에는 적어도 얼어 죽을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부자나 빈자나 한 동네에 사는 한 주어진 기온 조건은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제 여름이 더 힘들고 서럽다. 부자들은 에어컨 냉기가 흘러나오는 공간에서 긴 팔 옷을 입고 지내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햇빛에 달궈진 쪽방촌 허름한 단칸방에서 전기세가 아까워 기부 받은 선풍기도 틀지 못하고 혼자 부채하나로 살인적인 폭염을 견뎌야 한다. 에어컨 실외기를 통해 빠져나온 열기는 주변 온도를 상승시켜 약자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몬다. 이른바 더위 불평등이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개개인의 힘이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사회적 불평등은 더위만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으로 여겨졌던 공기마저도 이젠 부자와 빈자간 상대적 빈곤을 심화시킨다. 지난 봄 한반도를 공습한 미세먼지도 불평등의 대표적 요소가 됐다. 고가의 공기 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마스크도 부자들은 기능성이 좋은 것을 사용하는 반면 빈자들은 상대적으로 기능성이 낮은 저렴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

더위나 미세먼지 불평등의 가장 큰 취약지대는 경제적인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건강에 취약한 나이 든 노인들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양극화이다. 정치권에서는 계층양극화가 더 벌어졌다느니, 좁혀졌다느니 갑론을박을 벌인다.

지금은 이런 거시적 지표를 갖고 갑론을박 할 때가 아니다. 코앞에 닥친 올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한 숨을 내 쉬는 이들에게 이러한 이전투구는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마침 도에서도 부서별 폭염대비 추진계획과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주요도로변 그늘막 설치, 무더위 쉼터 냉방비 지원, 버스정류장 햇빛차단시설 설치 등으로만은 부족하다.

미세먼지나 폭염경보가 발효되면 옥외노동자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작업 강도도 줄여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이 있으나마나 하다는 지적도 많다.

미세먼지, 폭염, 홍수, 태풍 등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는 다양한 방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평등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여러 연구와 실체적 접근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쾌도난마식으로 단칼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약자를 먼저 향해야 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엄중한 책임이다.

그것은 3년 전 찬바람을 맞으며 국민이 주권자라고 촛불을 들었던 것처럼 헌법정신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강용희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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