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개봉 4일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다룬 블랙코미디로 예술성·상업성·사회비판 의식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기생충'은 표준근로계약을 지키며 제작된 영화라는 사실로도 주목받고 있다.

영화계 표준근로계약서는 스태프의 장시간 근로나 부당한 처우를 막고자 임금 및 지급 방법, 근로시간, 4대 보험, 시간 외 수당 등에 관해 노사가 약정한 사항을 담은 계약서를 말한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전국영화산업노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이 공동 개발해 2011년부터 사용을 권고해왔고, 영화 '국제시장(2014)'부터 적용되면서 영화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영진위가 지난 27일 발표한 '2018년 영화 스태프 근로 환경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영화 스태프 82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와 제작사로부터 받은 급여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표준근로계약서로 계약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4.8%로, 2014년 35.3%, 2016년 53.4%, 2017년 53.3%보다 대폭 증가했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경우 그 이유로는 사업주 거부가 51.2%, 본인 거부가 15.8%로 집계됐다.

작품 예산별로 표준근로계약서 체결 비율은 10억~40억 미만이 50.0%, 40억~80억 미만이 72.5%, 80억 이상이 74.6%로 고예산 영화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주 평균 근로일은 5.33일로 전년 5.53일보다 0.2일 감소했지만 1일 근로시간은 평균 12.3시간으로 전년 12.2시간보다 0.1시간 늘었다. 4대 보험 가입률(급여자료 분석 기준)은 89.7%로 전년 86.5%보다 3.2%포인트 증가했다. 임금체불을 경험한 스태프는 330명으로 전체의 40.0%로 나타났다. 영진위는 "노사정이 단체협약 체결과 표준근로계약서 보급 등을 통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이 준수되도록 노력한 결과가 조금씩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제작비 10억원 미만 저예산 영화 스태프 응답자 비율이 10.4%에 불과해 영화계 전체를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과 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근로기준법을 지키고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쾌거를 이룬 '기생충'. 국내 영화 제작현장을 비롯해 방송가에서도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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