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사회부 차장

제주도가 개발과 보존을 놓고 시끄럽다. 제주가 지켜야 할 가치가 청정이란 것을 부정할 도민은 없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반영할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도민 공청회가 지난달 23일에 이어 지난 5일에도 파행을 겪었다. 반대 단체 등은 "용역 점수 조작·누락, ADPi보고서 은폐 의혹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안 된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공청회장에는 자신의 의견이 기본계획에 반영되길 바라며 시간을 낸 도민들도 상당수였다. 공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현장을 찾은 도민들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야 했다.

제2공항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 양상은 비슷하다. 제주해군기지 입지를 결정할 당시 고향을 내줘야 하는 강정마을 주민은 '생존권'과 '마을총회의 절차적 정당성 훼손' 등을 주장하며 반대 활동을 벌였다. 이후 도내 시민사회·환경 단체 등이 반대 활동에 동참하면서 반대 이유는 생존권에서 연산호 군락지 파괴 등 환경 중심으로 바뀌었다. 강정마을 주민과 도내 단체의 반대 활동에 전국에서 모인 '자칭' 평화활동가들이 가세하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이유는 군사기지 건설 반대, 동북아시아 평화 유지 등으로 확대됐다. 고향을 내주고 살 곳을 잃었다는 절규는 연산호에 묻혔고, 제주 앞바다의 보물인 연산호는 군비강화 경쟁 및 동북아 평화에 둘러싸이게 된 것이다. 

제2공항 건설 반대 이유도 발표 당시 대를 잇고 지키던 밭과 집, 어릴적 친구들과 뛰어놀던 뒷동산을 내줘야 하는 생존권과 절차적 정당성 훼손 등이었다. 이후 도내 시민사회·환경 단체 등이 합류하면서 오름 절취 등 환경문제로 바뀌었다. 여기에 활동가들이 참여하면서 제2공항의 군사기지화 등으로 바뀌고 있다. 도민은 삶의 터전을 내 놔야 하는 강정마을 주민이 반대할 때만해도 응원했다. 하지만 동북아평화, 군비경쟁 강화 등으로 반대 이유가 바뀌면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활동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제2공항도 자칭 활동가의 신념때문에 지역주민의 절규는 묻혀버리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도민이 많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