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 강현주

10년 전 대중들이 처음으로 스마트 폰을 손에 쥐기 시작했을 때, 스마트 폰은 우리에게 신문물이었다. 언제나 우리의 손과 몸에 지닐 수 있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결합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인터넷과 24시간 내내 함께할 수 있는 삶의 구현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됐다.

급한 서류를 떼야 할 일이 있어도 주민 센터에 직접 가지 않아도 정부 민원포털 민원24로 거의 모든 문서를 발급할 수 있고, 이렇게 발급한 문서는 메일을 통해 무한히 전송할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일이 있어도 굳이 면대 면으로 만나지 않고도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다 같이 만나서 조별 과제를 할 여력이 되지 않을 경우, 카카오톡의 기능 보이스톡으로 조별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략 보기에는 과거보다 매우 편리해진 삶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삶 속에서 과연 행복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이 든 김에, 스마트 폰이 빼앗아가고 있는 우리 삶의 행복을 하나씩 짚어 보았다.

주민 센터를 가지 않아도 공인인증서 또는 아이 핀을 통한 신분 확인만 된다면 쉽게 떼어 볼 수 있는 서류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주민 센터에서만 일 처리가 될 때는 동네 사람들끼리 주민 센터에서 만나서 얼굴이라도 보며 지내고, 주민 센터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동네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인터넷으로 처리가 가능한 요즘에는 이러한 교류에 참여할 여지조차 사라지고 있다. 

면대 면으로 만나지 않아서 진행하는 회의는 편리한가. 필자는 카카오톡 조별 회의를 해본 적이 있으나, 면대면 회의보다 훨씬 피곤하고 소모적이었다. 같은 장소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주의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며, 서로에게서 나는 소음 등 방해 요소는 훨씬 더 많아진다. 화상 채팅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또한 사람들은 대화를 빨리 끝내기 위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은 거두절미하고 대화해야 할 내용만 얼른 이야기하고 끝을 내기 바쁘다.

요즘은 인터넷만 들어가면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전문적인 정보부터 일차원적인 정보까지 그 스펙트럼도 거대하기에, 필자는 인터넷을 검색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나에게 물어볼 때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스마트 폰이 없던 시기에는 이런 질문을 듣는다면 기분 좋게 대답을 해주었을 텐데, 정보를 검색해보지 않고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에게 오히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적게 들이고 쉽게 정보를 얻으려고만 한다는 느낌이 들어 언짢을 때가 있다.

과거에 우리는 인간 대 인간이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으면서 유대감을 쌓아갔고,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부대끼는 일이 많아서 사람을 사귀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거부감과 적대감이 요즘만큼 크지는 않았던 거 같다. 스마트 폰이라는 '인류 공통 대 백과사전'의 등장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그 답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의 끈끈한 유대와 정을 약화하는 데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인간은 연대와 유대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존재인데, 스마트 폰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지나가는 사람이 길을 물어보면, 의심하고 보는 사회 우리 사회는 어쩌면 스마트 폰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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