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실 수필가

인도는 민족, 언어, 종교, 가족 각각 다른 사람들이 얽혀 사는 신비로움 속에 있는 나라이다. 이 나라는 세계 7위에 해당하는 면적과 13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류 4대문명의 발상지인 인더스강을 중심으로 문명을 형성하고 있다,

정신문화의 중심에는 힌두교가 81%에 해당할 만큼 깊은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이슬람교가 13%에 달한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탄생한 불교는 2% 이내로 아주 작은 수준의 흔적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인간들의 생·노·병·사 고통을 보고 이 틀을 깨뜨려 보겠다는 서원으로 시작된 인간 부처의 성자로 가는 과정, 결국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이 다르지 않으며 삼라만상이 변화하고 있지만 원래는 하나로 귀결된다는 지극히 평등한 우주의 법칙을 찾아내신 인류의 큰 스승이시고 삼계의 도사라는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발생한 이 종교는 인도에서 큰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6박8일간의 인도 여행길에 나섰다.

이번 여행은 부처님 가르침 중에서도 대승경전의 2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법화경을 중심에 두고 정진하고 있는 법화행자 300여명과 도림큰스님의 인도아래 성지를 찾아 나선 것이다.

한 나라의 태자로 태어났지만 그러한 부와 명예를 다 버리고 구도자의 길을 선택해서 온갖 역경을 헤쳐내고 최종 깨달음의 문을 열어 냈었던 곳 이곳이 부다가야 대성지다.

나는 부처님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생명체로서 고통은 허상일 뿐이고 본래적 본질을 찾아내 더 이상의 의혹 없는 완전한 진리의 세계를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주려 했던 그분의 고뇌를 느끼려고 숨죽이고 눈을 감아 묵상 속에서 영적소통을 시도해 봤다.

다음 성지는 화엄경과 유마경을 설파했다는 바이샬리를 거쳐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다는 구시나라를 찾았고 열반지인 구시나라에서는 부처님께서 염력이 살아 있는 듯 번쩍이는 태양의 광채를 통해 우리들에게 전율을 느끼게도 하셨다.

끝으로 다비장에서 마지막 그분께서 열반했음을 체험하는 것으로 순례길은 매듭을 지어냈다.
결국 그분은 인간이었고 진리 실체를 터득했고 모든 인간들에게 귀천이 없이 진리를 깨치고 나면 다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가르침을 안겨주고 있다.

부처는 모든 생명이 평등함을 함축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따로가 아니라 하나라는 진리 본체가 불교라는 종교의 핵심가치가 되다보니 지배와 피지배 관계에 있는 정치권력구조 속에서는 이런 사상이 환영받을 수 없었고 그런 이유로 인도 불교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불교는 중국의 자연주의 사상가 노자와 만나면서 호국적이고 샤머니즘적 색채가 가미되면서 국교로 부상해 활성화가 됐다는 말에 이해를 더하게 된다.

중국 당나라 시대에 다양한 철학 사상들은 불교와 만나서 다양한 깊이로 선지자들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인도는 이러한 정신문화의 아름다움이 담겨있는 나라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지구의 쓰레기통처럼 내팽개쳐져 있는 나라처럼 다가와 깊은 슬픔 속에서 가슴이 아려왔다.

파키스탄과 총격이 오고가는 이 순간 도림스님께서는 세계평화와 우리나라의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부처님은 도림스님을 통해 일신의 영달이 아니라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지점에서 부처님의 일생을 새롭게 이해하고 싶다.

시간은 답해 줄 것이다. 얼마의 역사가 진행되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 일행은 여러 가지 곡절과 사연이 있었지만 모두가 해맑게 웃으면서 인도 순례길에 닻을 내렸다.

할말이 많은 나는 '나라와 종교, 성인과 나'라는 인간이 모두 속에 하나의 에너지가 관통함을 다시금 느낀다. 이것이 그 무엇일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