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논설위원·경남대 교수·한국교육학회장

우리 사회는 1990년대 '지식 정보화와 세계화'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이어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또 하나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진입해 있다. 지식 정보화와 세계화에 대응하여 공급자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수요자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등 전면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하였던 것처럼, 우리는 이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하여 또다시 교육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학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교육 혁신의 열매는 학교현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학교 수준의 교육 혁신은 학교 구성 주체들의 역량이 강화될 때 가능하다. 학교에서 혁신을 실천하는 주체는 학교장을 비롯한 교원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8일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전교조는 학교 구성 주체들이 교육 혁신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데 역할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우선, 전교조는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학교장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학교의 혁신을 이루는 데 있어 교장의 리더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비전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학교구성원들에게 학교의 목표 실현에 헌신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교장이 학교 혁신을 이끈다. 학교장의 탁월한 리더십은 학교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고 정서적 지원을 통하여 학교구성원들 간 협력을 촉진하고, 교사들의 전문적 자본을 개발하는 데서 나타난다. 전교조는 학교장 승진제도에 대해 유연한 자세로 다른 단체들과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이러한 학교장의 역량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전교조는 교사들이 전문성과 헌신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사는 학교의 교육 성과를 결정짓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교사의 탁월한 역량이 교육 강국을 만드는 핵심적 요인 중의 하나임을 연구들이 밝히고 있다. 교사는 전통적인 지식의 전달자만이 아니라, 코치로서, 상담자로서, 학습관리자로서, 참여자로서, 지도자로서, 학습자로서, 교과 개발자로서 전문적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개별 교사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교조가 교사들의 학습공동체 형성과 확산을 촉진함으로써 교직의 전문성 향상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전교조는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촉진해야 한다. 학교 교육의 가치를 중시하고 옆에서 지지와 압력을 보내면서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존재가 학교 교육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에서 변화를 촉진하고 성과를 올리는 데에는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과 신뢰, 참여를 통한 지원 활동 등이 연구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교조는 학부모를 계몽의 대상이기보다는 자녀의 교육을 위하여 교원들과 협력하는 파트너로 대우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학생이 전인적 성장을 하는 데 도움 되는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교원의 본연의 임무이다. 학교장과 교사들이 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전문적 역량을 가져야 제4차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사회적 변화에 직면해서도 교육의 혁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전교조가 역점을 두어야 할 일은 명약관화하다. 전교조는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교원의 권익을 신장하는 일 못지않게 교원의 전문적 역량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일에 자신 역할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학부모와 사회로부터 교육에 대한 지지를 얻는 일도 함께 수행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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