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용시장이 말그래도 빛좋은 개살구다. 취업자 수 등 일자리가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질은 계속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주지역 취업자수는 38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만1000명이 늘었다. 경제활동 참가율도 70.3%로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70%대를 회복했다. 그런가하면 고용률 역시 68.6%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들 통계만 본다면 제주지역 고용사정이 나아진 듯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5월 실업자 수는 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000명이 늘었는가 하면 실업률도 2.4%로 1%포인트나 증가했다. 일자리 질 저하도 두드러졌다. 임금근로자(24만9000명) 가운데 일자리가 불안정한 일용직 근로자가 3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5000명(18.1%)이나 늘어난 것이다. 단순노무 종사자도 6만4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증가세도 지속됐는데 종업원을 두지 않는 '나홀로 사장'은 8000명(10.2%)이나 늘었다. 

연령별 취업자 분포도 제주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20대와 30대 취업자 수는 각각 4만5000명과 7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000명과 3000명이 감소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7만9000명으로 1만명이나 증가했다. 고용의 핵심계층인 청·중년 일자리가 줄어든 대신 노인 일자리가 이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고용률에서도 알 수 있다. 5월 도내 전체 고용률은 지난해와 같았지만 생산연령인구인 15~64세 고용률은 72.4%로 1.4%포인트가 하락했다.   

결국 취업자 수가 늘고 고용률이 안정적으로 비쳐지는 지금 제주 고용시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만든 일자리사업 등에 따른 착시현상일 수 있다. 그런 일자리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숫자가 아닌 양질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정책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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