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고순실 한국예총 시니어모델협의회 제주지부장

"즐겁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내가 살아가고 싶은 세상으로 바꾸고 싶어요"

지난 2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리조트에서 시니어 모델들의 패션쇼가 열렸다. '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델들이 아닌 시니어, 우리와 함께 사는 어른들이 무대에 섰다.

㈔한국예총 시니어모델협의회 제주지부장을 맡고 있는 고순실씨는 시니어 모델을 육성하는 일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고씨가 지부장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큰어머니와 작은어머니에 대한 영향이 컸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의 제사가 같아요. 4·3사건 때 돌아가셨거든요. 그 후 큰어머니와 작은어머니는 예쁘셨지만 평생 고생만하시다 돌아가시는 걸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고씨는 외국에서 웨딩레스 디자이너로 외국에서 활동하며 제주도엔 없는 그런 즐거운 노인문화가 부러웠다. 그래서 '내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 노년에 즐

'내가 어른이 돼 살고 싶은 세상으로 미리 바꿔놓으면 멋지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주에 살면서 서울 시니어모델 아카데미에 메이크업 강사를 했다. 사설 아카데미도 생각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진정성을 잃어버릴 수 있어 고민하던 중 한국예총 시니어모델협의회가 발족된 기사를 보고 제주에도 시니어모델들이 즐겁게 활동할 수 있길 원해서 제주예총시니어모델 제주지부를 만들게 됐다. "저도 똑같이 회비를 내서 어르신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라며 일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 회원을 모집하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제주에선 아직 '시니어 모델'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기 회원 중 치매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회원이 있었다. 열심히 살았지만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만 남고 자신의 존재가치가 없어졌다며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고 한다. "모델 수업을 들으며 자신감이 생겼고 변화돼 우울증을 이겨 내셨어요"라며 뿌듯해했다.

수업은 5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키가 작아서' '뚱뚱해서' 고민하는 어른들이 있지만 아무 상관없다고 한다. "모델 수업은 단순히 외면만 꾸미는 게 아닙니다. 올바른 자세를 배우며 자신감이 생기고 생활이 바뀌는 과정이에요"라며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 의상도 추억이 담겨 버리지 못하는 옷들을 리폼해 사용한다. "돈 들이면서 겉모습만 보여주려는 모임이 아닌 체력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입니다"라며 비용보단 즐거움을 강조했다.

현재 3기 회원이 강의를 듣고 있으며 오는 15일 수료식과 4기 오리엔테이션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수료식 후에는 배운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노년에 즐거운 삶을 사는 행복한 제주로 바꾸고 싶어요" 라고 말하며 어르신들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의지를 들어냈다.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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