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최근 장관후보자에 대한 추천이 취소되면서 '해적학회"란 용어가 등장했다. 해적(海賊)하면 탐험시대를 거치면서 해로를 이용하여 강탈을 일삼아온 '악랄한 불법집단'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규를 준수하며, 해상항로(sea route)를 활용해온 '정상적인 무역상과 차별'되는것은 물론, 보편성을 강조하는 '인류사회에서 경계대상'이 되어왔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image)를 떠올릴 때 '해적이란 용어를 학계에 적용'하는 자체가 모순(矛盾)현장이 된다. 학계는 진리(truth)탐구에 주력하는 학자들로 구성돼있다. 그런 데 따른 것인지 '학계의 말썽꾸러기도, 사회에서는 모범생이 된다'는 비유가 나왔다. 그럴 정도로 사회적 신뢰와 기대치를 모아온 것이 학계다. 하지만 이제 '해적에 비유'할 만큼, 학계도 명예가 실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더욱이 과학기술하면 시대를 앞서가면서 '단순하고 올곧은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이런 분야에서 중책을 맡아왔다면 학회에서 시범적 위치에 있을 건 당연하다. 하지만 부실(不實)한 학회의 '내면' 마저 파악하지 못한 채, 참석하는데 집착해왔음으로 얻어낸 것이 무엇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문제된 학회의 경우 인도에서 운영하는 사이비(似而非)학술단체로 확인됐다. 

배후에는 영리목적이 숨겨있고, 비용만 지불하면 내용과 무관하게 논문게재도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제공해왔다. 이 자체만을 가지고도 학회가 추구하는 연구업적을 통하여 미래의 꿈을 실현하려는 취지와 무관하게 단기적인 영리에만 초점을 맞춰온 모습이다. 이것이 부실함을 드러내는 단편적인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리와 방법을 중시하는 학계에서는 용납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국내 회원이 1317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누리고 있다.
그 단체에는 시범(示範)을 보여야할 명문대 교수들까지 끼여있는데서 문제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외부지향적인 국민의식의 동조와 더불어 외국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을 우선시해온 '잘못된 관행'이 문제를 키웠다. 알찬 내용보다 형식에 우선해온 잘못된 풍토로 하여금 사이비학회를 성황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바탕에 폐쇄주의에 젖어온 고립된 환경으로 하여금, 외국을 선진화 등식(等式)으로 여기며 호기심을 키워온데 따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해적학회에 참여도가 높은 것은 한의학계로 밟혀졌다. 한의학은 발생원(origin)이 한국에 있음으로, 외국에 대한 정보부재와 더불어 호기심(好奇心)을 유발해온 위치에 있는것은 당연하다. 

제주도는 예전부터 외로운 섬으로 알려져왔다. 이런 폐쇄(閉鎖)환경과 관계된 것인지, 외부세계를 우선시하며 매료돼왔다. 한 때 가짜박사가 제주도에 만연해온 불명예도, 이와 같은 외부세계와의 소통부재와 함께 단순한 주민기질과 명예욕만을 키워온데 따른 것이었다. 유혹에 말려든 것은 유지(有志)들이고 불명예마저 판별(判別)하지 못한 점에 눈길을 모은다.

탐욕을 억제하지 못한 따름으로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로 해석된다. 
요즘에는 국제학술대회마저 남발하는 추세에 있다. 외국 국적 소유자와 국제학술대회를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게 됐다. 중요한 것은 학문도 계통(系統)을 따라 분화되는 점에 있다. 이것이 국가별 결집과 병행하여 국제기구로 확대하고 있음으로 정치체제가 다른 나라들이 국제기구로 통합해온 모습과도 유사하다. 
국제기구에는 국가마다 대표성을 인정하고 있음으로, 무국적(無國籍)자와 무자격(無資格)자는 어디에도 끼어들 수 없다. 이런 방식대로 학문역시 체계성(systematic)을 중시하는 사실에 유의하며, 있는 그대로의 실상(實狀)을 해명하는데 초점이 모아지는 사실에 대하여 올바른 인식과 합당한 점검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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