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경제부 부국장

올들어 제주 경제 관련 지표들에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위기'라는 단어를 애써 사용하지 않았을 뿐 지역 경제 곳곳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들린다. 엄밀히 따지면 '저(低)성장' 충격 상황이다. 그동안 '이상 열풍' 평가를 받았던 상황들이 한꺼번에 식으면서 현재 온도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제주는 2010년부터 관광과 건설 등 주력 산업이 호조를 보이며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등한데다 순유입 인구까지 늘어나면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2017년 중국발 '제2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사태' 파장에 건설업까지 흔들리며 경기 위축 체감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 경기는 특성상 중·장기적 관점에서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관광업이 성수기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훨씬 셈법이 복잡하다.

관광업 안팎의 고민은 '관광객 감소'에서 시작된다. 중국인 관광 시장 의존에 따른 기저효과와 대응력 부족이라는 지적을 동시에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적 요인까지 봐야 한다.

지난 4월 2일 대통령 주재로 국무총리와 각 행정부처 장관, 16개 광역지자체 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다. '관광사업 혁신'을 주된 안건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내국인들의 국내여행 수요 확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2022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2300만 명을 유치하고 일자리 96만 개 창출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에 각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다름 아닌 '서울, 부산, 제주에 집중되는 관광객 분산'이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국가균형발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제주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제주가 관광도시로 성장한 배경에는 제조업 환경 취약 등의 요인이 있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생산도시들이 위기를 겪으면서 관광을 통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정작 관광업 비중이 높은 제주에 '이제 됐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미 외국인 관광객의 '특정 지역 쏠림'을 해소하고 관광산업을 지역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국가 전략에서 제주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지역관광 거점지역 조성사업에서 제주는 사전평가에서 이미 탈락한 국제회의 복합지구 대상으로 분류됐다. 대규모 예산 투입을 예고한 마리나·웰니스관광·의료관광 등 3대 클러스터는 물론이고 관광 산업 체질 개선을 내걸고 추진하던 구상들에서도 밀렸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결정들이 내려지는 동안 제주 관광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됐다는 점이다. 
최근 나온 관광관련 자료들에서 하나같이 제주 관광시장 위축을 가리키고 있다.
얼마전 모처럼 대한민국 전체가 밤을 지새웠던 U-20 월드컵 대회의 교훈을 상기해본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 역사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뤄냈지만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경기임에도 국내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때문에 성인 대표팀에 편중되는 지원이나 축구 행정당국의 낡은 사고방식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제주 관광'은 어느 한 순간 뭉텅이 예산을 쏟아내고 관광객을 몰아넣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한강의 기적을 외치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산업단지를 우리나라 경제의 심장이라고 부를 때 밑바닥부터 쌓아올린 것들이다. '제주 만큼'이란 기준으로 접근하는 타 지자체들에 '대신'이라는 카드를 제대로 내밀 필요가 있다. 제주 관광을 완성하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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