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일 서해교전과 관련해 처음으로 미국측 책임문제를 거론, 서서히 그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서해교전 발생 3일째인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북방한계선(NLL) 무효화를 거듭 주장하면서 "그러한 유령선을 코에 걸고 우리(북한)측 영해에 전투함선들을 침투시킨 것은 엄중한 침략행위"이며 "남조선의 군 통수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절대로 그 책임을 벗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외무성 대변인 회견 내용은 서해교전에 대한 북한의 의도와 목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북측이 서해교전을 일으킨 의도는 한반도에 긴장상황을 조성함으로써 서해 NLL문제를 이슈화하고 앞으로 북·미 대화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방송과 해군사령부 등이 지속적으로 NLL문제를 언급해 온데다 외무성대변인이 "북방한계선이라는 것은 정전협정에도 없는 것으로서 미국이 협정체결 이후 우리(북)와의 그 어떤 합의도 없이 우리 수역에 제멋대로 그어놓은 비법(불법)적인 유령선"이라고 주장하면서 NLL을 `사건의 근본원인"으로 규정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월드컵 폐막일을 하루 앞두고 서해교전을 일으킨 것은 한반도에 국제적인 시선이 집중된 시점을 이용, 사건을 유발함으로써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이번 회견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있는 제3자들은 사건의 근본원인으로 되고 있는 북방한계선의 비법성에 응당한 주의를 돌려야 한다"며 세계의 관심을 촉구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또 북한이 고위급 북·미 대화 재개와 월드컵 폐막일을 앞둔 시점에 맞춰 해교전을 일으켰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성"에 의심을 살만 하다.

즉 미국은 북·미 대화에 있어 북한에 대해 조기 핵사찰, 미사일 개발 및 수출중단, 재래식 무기 감축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NLL문제를 연결 고리로 활용, 미국에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변인이 미국의 "한반도 전시 작전권"을 언급하며 서해교전에 대한 미국의 책임문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은 내주로 예정된 대북 특사 파견 문제는 북측의 공식 답신을 받은 후 그 내용과 서해교전 등 일련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이 1일 밝혔다.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한 미국의 책임문제를 거론하며 "대화는 대화이고 자주권은 자주권"이라고 강경 입장을 표명한 데다 미국이 대북 특사 파견 재검토를 밝히고 나섬으로써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18개월만에 재개되려던 북·미 대화에 또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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