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강성의 의원

하루가 멀다 하고 기후변화의 경고음과 환경 이슈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러시아 극동지역 캄차카반도의 틸리치키 마을에서 비쩍 마른 몸을 한 북극곰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놀라고, 이어 북극 그린란드 빙하는 올해 평년 기온보다 섭씨 4도 이상 높아지면서 45% 가까이 녹고 있다고 한다. 

더 걱정은 이런 현상이 가져올 기상 이변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먼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최근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가압장 정기점검을 위해 수계 전환과정에서 강한 압력이 발생하면서 관로에 적체돼 있던 물때와 이물질 등이 포함돼 결국 먹는 물이 오염되었고, 이것이 일부 지역 상수가 되어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는 어떨까? 제주는 먹는 물을 대부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과연 땅 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 지하수 관정 분석에 의하면 염지하수를 제외한 도내 지하수 관정 중 10% 정도가 질산성질소(NO₃-N) 농도가 수질 환경기준(먹는물)인 ℓ당 10㎎을 넘었다는 것이다. 
물론 먹는 물 관정보다는 농어업용, 공업용 지하수 관정이 대부분이지만 분명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제주는 화산섬의 특성상 대부분 화산암류와 화산회토로 이뤄져 있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며, 두꺼운 용암층과 퇴적층이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인 지층구조로 마치 섬 자체가 거대한 천연 정수기와 같아서 질 좋은 지하수를 품고 있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무분별하게 지하수 관정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었고, 50년 가까이 되면서 지하수관정이 염지하수 관정을 제외하고도 4800여개에 이른다. 이렇게 뽑아 쓰다 보니 지하수 수위는 점점 낮아지고 축산분뇨나 농약, 비료 등 많은 오염물질까지도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오염의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래된 지하수 관정자체가 전체 지하수 오염의 통로가 될 것임이 자명해지고 있다. 

제주의 지하수는 생명수라는 말은 단순 구호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 그 시작은 기존 지하수 관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부터 지하수 수위관리를 위한 신규관정개발의 제한, 기존 취수허가량 조정, 그리고 땅 속에 깔려있는 노후된 상수도관, 하수도관의 관리 등등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 예산도 어마어마하게 필요로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색나는 정책에 밀려난다면 제주의 미래는 없다. 제주의 지속가능발전을 원하다면 물관리 정책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이제 도민 모두가 물지킴이를 자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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